새로 출간된 <오사카의 여인>은 이 역사적 관계를 치밀하게 추적했다.
근세 일본의 조선침략은 조슈(야마구치현)와 사츠마(가고시마현)라는 2개의 지역이 주도하였다. 이 두 지역을 양번(兩藩)이라고 한다.
이들 두 번(藩)은 일본의 조선침략이 있기 전, 260년간의 긴 평화를 지속해 온 에도 막부를 무력으로 쓰러뜨리고 일본 전체의 지배권을 장악하였다. 대략 150년전 일본에서 일어난 이 쿠데타를 메이지 유신이라고 부른다.
메이지 유신 후 일본이 최초로 조선을 무력으로 침략한 운양호사건과 강화도조약은 연속된 사건이며 무력시위와 도발, 그리고 공갈과 협박으로 일관하였다. 여기에는 사츠마 출신의 인물 2명과 조슈 출신의 인물 1명이 주역으로 등장하였다. 동원된 배에는 일장기 외에 조슈의 영주인 모리(毛利) 가문의 문장이 걸려 있었다.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이들 조슈와 사쓰마의 인물들은 모두 청일·러일전쟁에 참전하여 높은 자리에 올랐다. 이들은 예외 없이 한반도의 흙을 밟고 출세하였으며 일제 36년 식민지 지배의 기초를 놓은 사람들이다.
조선을 정복한 후 이들 세력들은 곧 이어 만주와 중국본토를 침략하였으며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동남아를 침략하고 미국에 도전하였다가 멸망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이룬 지배체계는 없어진 것이 아니고 현재 일본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현재의 총리 아베 신조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정권이다.
이렇듯 메이지유신은 한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들여다 볼수록 메이지유신은 그 알맹이가 되는 정신이 현재에도 살아있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메이지유신을 모르고는 현대 일본의 이해는 불가능하며, 이웃 일본에 대한 이해가 없이 한국의 미래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여기에는 한가지 이야기가 더 있다.
바로 이들 2개의 번(藩)은 250년전에 일어난 임진왜란에서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주력부대를 형성하였고, 조선 땅을 밟았던 사람들로서 조선에 극심한 타격을 입혔던 세력들이다.
앞서 말한 메이지 유신은 이들 히데요시의 망령이 250년 후 재현한 것이며 이 망령은 현재에도 일본을 배회하며 끊임없이 한반도를 겨냥하여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더 심층적으로 들어가면 일본이라는 나라는 한국과 동족이며 한반도에서 쫓겨난 백제의 후손으로 밝혀진다. 고대 일본은 한반도에서 문화를 전수받거나 한반도에서 일부가 흘러들어간 도래인이 절대 아니다.
고대의 일본 땅은 백제의 영토였고 가야와 백제인이 그 주민들이었다. 그러다가 한반도의 백제가 나당연합군에게 멸망하게 되자 일본 땅에 정착하였던 가야와 백제인들이 697년에 일본이라는 나라를 수립한 것이다. 한마디로 일본인은 우리와 동일한 종족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러한 사실을 철저히 감추어 왔다.
일본의 대(對) 한반도 역사는 소위 신공황후의 삼한정벌(왜의 한반도정벌로 허구의 이야기)과 임진왜란 그리고 메이지유신으로 연면히 이어져 온 침략 사상의 반복일 뿐이며,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역사인식은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의 독도나 위안부 등 한일간의 제반 문제에서 일본 측의 사과와 반성 또는 양심선언 등의 말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큰 착각이며, 필자는 은폐와 왜곡으로 일관한 고대 역사가 회복되지 않으면 두 나라의 진정한 우호와 미래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그런 한·일의 역사를 담았다.
곽경 저/어문학사 간/393 쪽/13,5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