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위원회가 오는 24일 총선 지역구 수를 약 246석으로 확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야당과의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담판' 협상은 더욱 어려운 지경이 됐다.
오픈프라이머리 무산은 전략공천을 원하는 친박(親朴·친박근혜) 의원과 청와대의 압박을 더욱 강화할 공산이 크다. 전략공천을 수용하게 되면 그를 지지한 비박(非朴·비박근혜) 의원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된다.
전략공천을 수용하지 않자니 반대 진영의 '흔들기'가 가속화되고, 수용하게 되면 지지 진영이 와해되는 그야말로 '딜레마'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 선관위발(發) '지역구 현상유지', 오픈프라이머리 협상 가능성 희박해져
김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의 지난 결정을 '비현실적 안(案)'이라고 비판했다.
표면적으로는 선거구를 244~246석으로 하게 되면 농어촌 지역구 숫자가 대폭 줄고, 무려 6개 군(郡)이 1개 지역구로 묶여 지역 대표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는 논리를 폈다.
실제로 여당 내에선 선관위가 결국 246석으로 단일안을 내게 되면 강원도에서 철원·화천·양구·인제 등의 지역구에 1~2개 지역구가 더 결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때문에 농어촌 출신의 여야 의원들은 "강원, 충남·북, 호남, 영남 등에 '특별선거구'를 채택하라"며 "비례대표 정수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 입장에선 이런 결과는 사실상 악재(惡材)에 해당한다. 만약 선관위가 의석수를 늘려주고 비례를 줄이는 쪽으로 결론을 냈으면 불리한 야권이 먼저 협상에 열을 올려야 했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김 대표는 "이 비현실적인 안을 갖고 정개특위(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서 여야 간에 합의할 수 있도록 빨리 정개특위를 열도록 하겠다" 말했다. 김 대표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에 "협상하자"고 재촉해야 하는 위치가 돼 버린 셈이다.
'의원정수 300명 고정'은 여야 모두에서 변경할 수 없는 한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농어촌을 줄이느냐, 비례를 줄이느냐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아쉬운' 쪽이 됐다.
◈당내 관측…"김 대표, 'TK 공천' 타협할 것, PK도 내주면 기반 위협"
김 대표가 야당을 설득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내부적으론 친박, 청와대와의 관계에서도 불리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김 대표는 친박의 '반(反) 오픈프라이머리' 논리를 깨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해뒀었다.
선관위를 오픈프라이머리 관리 주체로 명시하고, 선거인·당원 명부를 선관위가 제출받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는 비용 문제와 역(易)선택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정개특위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면서 법안 처리 협상은 더욱 꼬여버렸다.
정개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야당의 혁신안 관철을 위해 마련해 안심번호제를 우리가 정개특위에서 합의해줬듯이, 새정치연합도 새누리당이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를 위한 법 개정에 합의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협조치 않으면, 여당 독자적으로조차 오픈프라이머리를 할 수 없는 현실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친박 의원뿐만 아니라 비박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제 오픈프라이머리는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특히 '배반의 정치'에 대한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는 대구·경북(TK) 의원들은 더욱 현실적이 되고 있다. "김 대표가 결국 TK 지역에 한해 '우선공천' 등 우회적인 전략공천을 허용하게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김 대표 측에서도 "결국 청와대와 TK 지역을 어떻게 공천할지 정리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비박 성향의 한 의원은 "타협이 TK에서 그치지 않고, PK나 수도권 등으로 확산되면 김 대표의 기반이 흔들리게 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