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고통 함께 겪는 아이들…"부모 얘기 안해도 느낀다"

배우 전수아 씨(왼쪽)와 그의 아들(사진=SBS 제공)
이혼을 선택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로 인해 자녀가 받게 될 상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엄마(아빠)는 멀리 갔어" "크면 돌아올 거야"라고 자녀에게 이혼 사실을 돌려 말하는 이유도 그 상처를 최소화하려는 뜻이리라.

지난 20일 방송된 'SBS 스페셜-이혼연습 2'에서는 이혼을 선택한 부부들이 자녀들의 상처를 최소화하며 이혼을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제공했다.

연극배우 전수아 씨는 한 광고를 통해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이 대중에게 소개됐다. 8년이 흐른 지금, 엄마이자 아내인 그녀는 아이를 위한 이혼 연습을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이혼 서류를 바라보며 마주앉은 수아 씨 부부의 표정은 고뇌로 가득하다. 남편이 뒤에서 노는 여덟 살 아이에게 묻는다. "여행을 가는데 아빠가 먼저 가야 해. 누구랑 같이 갈래?" 당연한 것을 왜 묻냐는 듯한 아이의 답은 "다 같이"다.


아이 때문에 살고, 아이 때문에 싸운다는 부부. 그 사이에서 아이들은 어떤 영향을 받고 있을까?

수아 씨는 자녀의 양육문제로 전쟁 중인 부부, 그리고 부모의 고통을 함께 겪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는 이혼의 기술을 찾아 나섰다.

평범한 주부 최인해(가명·30) 씨는 우연히 남편의 컴퓨터에서 성관계 동영상을 발견한다. 주인공은 놀랍게도 그녀의 남편과 그녀가 친하게 지내던 대학 선배였다.

충격적인 장면에 최 씨는 이혼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 씨에게 닥친 시련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남편과 별거하며 이혼소송을 준비하던 중, 아이가 납치를 당한 것이다. 복면을 쓰고 아이를 데려간 범인은 다름 아닌 최 씨의 남편과 시어머니였다.

아이를 놓고 벌어진 부모의 살벌한 전쟁 안에서 아이의 심리는 극도로 불안한 상태다. 아이가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부모는 왜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일까?

◇ "숨기거나 돌려 말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

(사진=SBS 제공)
이혼 뒤 홀로 어린 남매를 키워 온 한명철(가명·35) 씨는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남매가 잘 따라주는 것을 위안 삼아 왔다.

그런데 재혼한 엄마의 출산소식을 접한 뒤 아들의 행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아들은 시종일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여동생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아이가 마음속에 담고 있던 분노는 아빠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지금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스무 살에 결혼해 사춘기 남매를 둔 젊은 엄마 박수진(가명·35) 씨는 1년 전 남편과 이혼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다. 사춘기인 아이들이 충격을 받을까봐 박 씨는 이혼 소식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이혼을 알리지 않는 것이 정말 아이를 위하는 길일까? 아이가 받을 상처를 최소화하며 이혼을 알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날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아이들에게 이혼 사실을 숨기거나 돌려 말하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알리는 것이 상처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수진 씨는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간 자리에서 이혼 사실을 솔직하게 전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건넨다.

부모의 이혼 사실을 접한 아이들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너희와 함께하고 싶다"는 엄마의 손길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듯이 "괜찮다" "아무렇지 않다" "잘 해보자"며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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