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아니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스미스는 20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 24점을 올려 전자랜드의 72-57 승리를 이끈 뒤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후반전에 강한 이유를 설명했다.
스미스는 "전반전에는 정영삼이나 정병국, 박성진, 정효근 등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에 주력한다. 외곽슛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상대 수비가 골밑 도움수비를 깊게 들어올 수 없다. 그래서 후반으로 갈수록 내가 골밑에서 쉽게 득점을 올릴 기회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스미스는 기막힌 비유를 했다.
스미스는 "동료들을 살리지 않는 것은 마치 내가 페라리 자동차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미스는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 기자회견장에 동석한 정영삼과 정효근을 가리키며 "물론 내가 택시고 정영삼과 정효근이 페라리다. 페라리가 있으면 타야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동료를 아끼고 인정하는 스미스의 자세는 인상 깊었다. 스미스를 바라보는 전자랜드 팀원들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영삼은 "작년까지는 많이 움직여서 슛 기회를 만들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가만히 있어도 슛 기회가 온다"며 스미스의 가세로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이어 정영삼은 "스미스가 '맛있게 빼줄테니 마음껏 던져라. 안 들어가도 공격리바운드는 내가 잡아줄게'라는 말을 종종 한다"며 웃었다.
정효근은 아예 스미스의 플레이를 배우고 싶어한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정효근은 "스미스를 보면서 배우고 싶은데 따라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동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스미스가 말문을 열었다. 정효근이 자신을 닮으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투였다.
스미스는 "나와 키는 같지만 나 같은 스타일의 선수는 아니다. 정효근은 가드 같은 스타일이다. 잘 달리고 잘 뛴다. 나처럼 나이많은 선수(자신을 old man이라고 표현했다. 스미스는 1985년생이다. 정효근은 1993년생)를 닮으려고 하지 말고 자기 색깔대로 나가야 한다. 정효근은 크게 될 선수"고 조언했다.
스미스는 점프력이 높은 편이 아니다. 스피드가 빠르지도 않다. 스미스는 평소 "덩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같은 2점인데", "안 빨라도 농구 잘할 수 있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래도 꿈을 꾼다. 스미스는 "나도 디안드레 조던의 몸을 하루 정도 빌려 한 경기에 덩크를 5개 할 수 있다면 모든 걸 바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지난 여름 댈러스 매버릭스로 갈 뻔 했다가 LA 클리퍼스에 잔류한 디안드레 조던은 현역 센터 중 운동능력이 가장 좋은 선수로 평가받는다. 특히 상대 수비에게는 무자비한 앨리웁 덩크의 달인이다. 스미스는 올 시즌 아직 덩크 기록이 없다. 시도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