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 스미스 vs 라틀리프, 그 치열했던 첫 만남

20일 인천에서 열린 프로농구 경기에서 삼성 라틀리프를 상대로 포스트업을 시도하는 전자랜드 안드레 스미스 (사진 제공/KBL)

프로농구 개막 4연승 무패행진을 노리는 인천 전자랜드와 원주 동부에 이어 전자랜드까지 꺾고 강팀의 대열에 올라서려는 서울 삼성이 만났다.


KBL 최정상급 빅맨으로 군림하고 있는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과 올 시즌 초반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안드레 스미스(전자랜드)도 만났다.

20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전자랜드와 삼성의 경기는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오른 외국인선수와 최고의 자리를 노리는 외국인선수의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라틀리프는 지난 시즌까지 모비스에서 뛰었다. 3년 연속 우승의 주역이다. 라틀리프는 지난 시즌 평균 20.1점, 9.9리바운드, 야투성공률 65.6%를 올리며 최우수 외국인선수상도 수상했다. 올해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안드레 스미스는 전자랜드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지명한 선수다. 로드 벤슨과 코트니 심스 등 실력이 검증된 신장 2m 이상의 장신 선수 대신 스미스를 지명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라틀리프의 신장은 199.2cm, 스미스는 198.2cm다.

스미스는 올 초에 무릎 수술을 받아 몸 상태에 대한 우려가 적잖았다. 시즌 개막 전날까지도 무릎이 아프다며 훈련에서 빠졌다. 그러나 시즌이 개막하자 180도 돌변했다. 시즌 첫 3경기에서 평균 20.7점, 10.0리바운드, 야투성공률 56.5%를 기록했다. 엄청난 효율성을 보였다. 스미스는 고작 평균 22.4분을 뛰어 이같은 숫자를 남겼다.

경기가 시작됐다. 초반은 탐색전이었다.

라틀리프는 스미스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치지 않았다. 상대의 집중 견제도 그 이유가 됐다. 라틀리프는 동료의 기회를 살리는 플레이와 리바운드에 주력했다.

스미스는 경기 초반 라틀리프 앞에서 두 차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쿼터 중반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받아 골밑을 파고드어 간결한 스텝으로 레이업을 성공시켰다. 약 3분 뒤에는 라틀리프를 앞에 두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3점슛을 림에 꽂았다.

2쿼터 들어 라틀리프의 반격이 시작됐다. 공격리바운드에 의한 득점이 자주 나왔다. 제공권 다툼은 확실히 라틀리프의 우세처럼 보였다.

스미스는 기회가 될 때마다 라틀리프를 상대로 포스트업 공격을 시도했다. 자기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비록 슛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베이스라인 '퀵턴(quick turn)' 동작으로 순식간에 기회를 만드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스텝을 안쪽으로 길게 뻗은 뒤 어깨로 밀고 들어가 라틀리프를 제치고 레이업을 성공시키는 장면도 있었다.

전자랜드는 2쿼터까지 30-31로 뒤졌다. 그러나 3쿼터 10분 동안 흐름을 뒤집었다.

라틀리프는 3쿼터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반면, 스미스는 3점슛과 골밑에서 만든 3점 플레이 등으로 팀에 공헌했다. 여기에 정효근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전자랜드가 주도권을 잡았다. 한때 13점 차로 앞서가다 51-47로 3쿼터를 마쳤다.

라틀리프틑 4쿼터 초반 스미스의 포스트업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스미스는 팀이 51-49로 쫓긴 종료 7분44초 전, 포스트 공격을 통해 라틀리프의 슛 동작 반칙을 이끌어냈다. 스미스가 넣은 자유투 2개는 전자랜드가 달아나는 계기가 됐다.

스미스는 59-49로 앞선 4쿼터 중반 연속 4득점을 몰아넣었다. 공격리바운드에 의한 득점과 속공 과정에서 정영삼의 '꿀' 패스에서 비롯된 점수였다. 이후 라틀리프와 스미스는 나란히 벤치로 돌아갔다. 스미스의 연속 득점은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전자랜드가 삼성을 72-57로 누르고 개막 4연승 무패행진을 질주했다. 개막 4연승은 인천 프렌차이즈 사상 최다 타이기록이다(98-99시즌 대우 제우스 시절 개막 4연승).

스미스는 3점슛 2개를 포함, 24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라틀리프를 상대로도 자신있게 포스트업 공격을 시도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공격 기술과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확실히 부각된 경기였다.

몸싸움에서도 라틀리프에게 크게 밀리지 않았다. 둘이 리바운드를 경합할 때는 스미스도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몸 상태 때문인지 공수전환 속도는 다소 아쉬웠으나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리카르도 포웰이 외곽에서 70%, 안쪽에서 30% 공격을 하는 선수였다면 스미스는 그 비율이 정반대다.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스미스가 있으면 도움수비를 하지 않아도 돼 외곽 선수들의 활동량이 줄어든다. 예전에는 공이 골밑으로만 가면 선수들이 뛰어들어갈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라틀리프는 15점 1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라틀리프는 이날 스미스를 상대로 1대1 공격을 거의 하지 않았다. 동부 원정을 마치고 연전을 치른 탓인지 체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후반 들어 라틀리프가 자리를 잡았을 때 볼 배급이 잘 이뤄지지 않은 탓도 있다. 그러나 제공권 장악력에서만큼은 라틀리프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스미스는 확실한 득점력을 과시했다. 라틀리프는 자신의 장점을 발휘했으나 동료들과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더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경기 결과를 포함하면 둘의 첫 만남은 스미스의 명백한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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