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김일곤은 자신과 오토바이 접촉사고 문제로 시비가 붙었던 김모(20대 중반)씨를 납치 살해하기 위해 주씨를 먼저 납치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김일곤 검거 당시 품속에서 나왔던 일명 '살생부'로 불리는 메모지에서 발견된 28명의 이름 중 1명이 바로 김씨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9일 오후 충남 아산에 있는 모 대형마트에서 가정주부 주모(35)씨를 납치 살해한 김일곤의 범행 동기와 행적을 20일 공개했다.
◇ '살생부' 메모에 이름 올린 김씨 죽이기 위해 여성 납치
지난 17일 경찰에 붙잡힌 김일곤은 경찰 조사에서 "올해 5월 서울 영등포 인근에서 김씨와 오토바이 접촉사고가 났고 이후 김씨를 납치하기 위해서 여자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일곤은 살해된 주씨를 이용해 김씨를 납치해서 복수할 계획을 세웠다.
김일곤이 검거될 때 몸에서 발견된 메모, 일명 '살생부' 속에 김씨 이름도 등장한다.
김일곤은 "김씨 때문에 가해자로 몰려 벌금을 부과받았다"며 "김씨를 7차례 정도 찾아가 '벌금을 대신 내라'며 칼을 보여준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김일곤이 살해라려고 마음먹은 김씨는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었고, 김일곤은 김씨의 노래방과 자택 등에 7차례 정도 찾아갔다.
이 가운데 한번은 칼을 꺼내 보여주기도 했고 두 사이에는 고성과 갖은 욕설이 오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일곤은 경찰조사에서 "납치한 주씨를 여성도우미인 것처럼 속여 김씨를 밖으로 나오게 유도한 뒤 살해하려했다"고 진술했다.
또 "납치 여성 주씨를 살해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며 "여자를 이용해 김씨를 납치 복수하려했는데 여자가 자꾸 도망쳐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시신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서는 "납치 이후 여자가 내게 모욕적인 말을 했고, 또 김씨를 상대로 복수를 못 했다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나서 시신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앙심을 품은 사람에게 결국 복수를 하지 못하게 되자 흥분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김일곤이 상당히 흥분한 상태로 자백을 했다"며 "추가 범죄나 동일범죄가 있는지 현재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 주씨 살해 이후. 두 차례 이상 옷 갈아 입고 대중교통 이용
김일곤은 주씨를 납치한 당일 천안 두정동이나 성환읍 소재 모 국도 도로변에서 주씨를 목졸라 살해했다.
이후 주씨의 승용차를 타고 평택과 화성, 오산, 안양을 거쳐 서울로 진입했다.
납치 살해 다음 날인 10일 자신이 머물던 서울 성동구에 있는 모 고시원에서 짐을 챙겨 나온 김일곤은 미사리와 양평을 거쳐 동해시에 있는 천변으로 이동했다.
김일곤은 이 곳에서 시신을 손괴했다.
다음날인 11일 울산으로 이동해 고급 승용차 번호판을 훔친 김일곤은 주씨 차량에 이를 바꿔달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이후 서울 황학사거리 부근에서 차량 접촉사고를 낸 뒤 도주하던 김일곤은 성동구 홍익동에 있는 빌라 주차장에서 시체를 유기하고 차량방화를 시도했다.
김일곤은 바로 이곳에서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김일곤은 상왕십리역에서 택시를 탄 뒤 근처 이마트 화장실을 두차례나 드나들며 옷을 갈아입었다.
이후 한양대 부근에서 택시에 승차한 김일곤은 장안평역 부근에서 내려 신답역까지 걸어간 뒤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강남 포스코사거리까지 이동했다.
사건발생 8일만인 지난 17일 김일곤을 붙잡은 경찰은 김일곤의 이날 행적까지만 추적하고 있었다.
김일곤은 대중교통과 도보로 경기도 일대에 숨어있다가 검거 당일 서울로 진입했지만 경찰은 서울 신답역 이후 김일곤의 행적을 전혀 추적하지 못했다.
김일곤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 교보타워사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경기도 하남시까지 이동했다.
하남시에 있는 모텔에서 4일간 투숙했던 김일곤은 16일 하남에서 서울 청담동까지 다시 버스로 이동했다.
모 빌딩에서 하룻밤 노숙한 김일곤은 다음날인 17일 새벽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성수대교와 뚝섬, 송정동까지 이동했고 이후 모 동물병원에 도착해 안락사 약을 구하려다 시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