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컸던 획정위, 여야 편 모두 들긴 했지만…

與대로 늘릴 수도 野대로 줄일 수도, 증감 최소화에 정개특위서 거부 가능성도

7월15일 서울 남현동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에서 열린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첫 회의에서 김대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황진환기자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4월 20대 총선의 국회의원 지역구 수를 244~249개의 범위 내에서 정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발표에서는 획정위가 갖고 있는 정치적 부담이 고스란히 읽혀진다. 19대 현행 지역구 246개를 기준으로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쉽게 말해 여당 편을 들 수도, 야당 편을 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야는 앞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기로 잠정합의했다. 하지만 지역구의 대폭 감소가 예상되는 농어촌지역 의원들의 반발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에 따라 여당은 농어촌 지역구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구 수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야당은 반개혁적이라며 비례 축소 절대 불가를 외쳤다.

이렇다 보니 지역구 수를 정하기 위한 18~19일 획정위 회의에는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부담이 너무 컸던지 획정위는 당초 김대년 위원장의 모두발언을 공개하려던 방침을 갑자기 바꿔 회의 전체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그리고 결국 '244~249'라는 여야 모두의 입장을 반영한 안이 도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이지만 정치권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기에는 감당해야 할 짐이 너무 무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획정위는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2대 1 조정 결정을 최종 획정안의 대원칙으로 확인하면서 지역 대표성 침해 최소화와 선거제도의 비례성 존중이라는 상충하는 고려 조건도 함께 제시했다.

의원정수가 여야 잠정합의대로 300명으로 동결된다고 할때 2대1 인구편차를 전제로 농어촌 등의 지역 대표성을 확보하려면 여당 주장대로 지역구를 늘려야만 한다. 반면,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보장하려면 야당 의견대로 비례대표를 늘리거나 유지해야 한다. 즉 지역구를 늘릴 수가 없게 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여당은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지역구를 늘리자는 입장이고 야당으로서는 권역별 비례를 도입해야 할 판에 비례대표를 감축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여기에 여야 내홍이 심각한 상황에서 획정위로서는 안전한 방안으로 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야의 협상 가능성을 고려해 남은 20여 일 동안 절충안을 마련할 시간을 준 것으로도 보인다.

대신 획정위는 공을 다시 국회로 넘기면서 지역구 증감의 폭을 최소화했다. 249 상한은 현행보다 3개가 증가하는 것이고 244 하한은 2개 감소하는 수치다.

지역구를 늘린다해도 겨우 3개라면 농어촌 지역구 대폭 감소는 막을 수 없다. 인구편차를 맞추려면 경기 7개, 서울·인천 각 1개 등 도시에서 9개가 늘어나야 하므로 농어촌은 6개를 줄여야만 한다.

반대로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를 늘리는 것 역시 지역구 감축은 단순 셈으로도 불가능한만큼 실현 여부와는 관계없이 형식적으로 지역구 수 범위에 끼워넣은 인상을 준다.

획정위는 단수의 최종 획정안을 법정시한인 다음달 13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이대로라면 정개특위로부터 퇴짜맞을 가능성도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위헌 또는 위법적 요소가 발견될 경우 1회에 한해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의결로 획정안의 수정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여야 특위위원들이 합의한 의원정수 300명 동결안도 농어촌 지역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처리가 안되고 있다"며 "정위가 제시한 지역구 수로는 농어촌 의원들의 불만을 해소시킬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여야 모두의 바람을 충족시키려면 의원정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따라 획정위가 여야에게 의원정수 확대의 여지를 주면서도 대폭은 안된다는 한도를 설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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