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이 인기였다고?…추석선물 해외직구 시대 오기까지 변천사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지금 같으면 설탕 한 봉지를 선물이라고 주면 받는 사람이 화낼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내가 젊었을 때는 이게 최고의 추석 선물이었단다. 상상이 안되지?"
"그러게요. 예전에는 선물이 다 먹을 거리네."

19일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진행 중인 추석선물 변천사전을 둘러 보던 모녀가 나눈 대화다. 민족의 명절이라는 수식이 붙는 한가위지만 최근에는 추석 선물을 해외직구로 조달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설탕이 최고 인기 추석선물이던 1960년부터 추석선물은 어떻게 생활상을 반영하며 바뀌어 왔을까.

60년대 후반 한 신문기사는 설탕을 두고 "큰 선물은 힘겹고 그렇다고 추석 명절을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고 하는 사교적인 면에서 애용되고 있는 이 설탕은 벌써부터 각 백화점의 식품부에서 들뜬 기분이 감돌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 가장 인기있는 상품이었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금은 매우 익숙한 '추석선물 카탈로그'를 1965년 처음 만들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추석 선물'이라는 표현 자체가 설탕과 밀가루, 조미료, 세제 등을 위시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경공업이 발달한 시기와 맞물린 선물들이다.


공업화와 산업화가 진행된 1970년대는 먹을거리에서 공산품으로 선물의 내용이 다양화하기 시작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스타킹, 속옷, 양산 등이 추석 선물 목록에 들어가기 시작하고 라디오와 카세트, 믹서기 등은 특히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선물이었다.

경제가 궤도에 올라서고 선물세트를 주고 받는 문화가 자리 잡은 1980년대에는 추석 선물의 범위가 크게 팽창한다. 컬러 TV 시대가 열리기도 한 이 시기에 눈에 띄는 것은 내용물 뿐 아니라 포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대포장 주의'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상품권이 인기를 끌었다. 받는 사람의 선택권을 늘리고 부피 등 편의성에서도 각광을 받았기 때문이다. 95년 한 신문사가 실시한 받고 싶은 선물 1위도 상품권(22.7%)였고 갈비세트, 지갑벨트 순이었다. 동시에 이 시기 대형마트가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물세트가 호응을 얻었다. 백화점은 고가의 선물, 대형마트는 중저가의 선물을 파는 곳으로 역할이 나누어졌다.

2000년대는 '웰빙'이라는 키워드가 추석 선물을 주도하면서 건강식품과 영양제가 주요 품목으로 올라선다. 그럴 듯하게 포장된 갈비세트나 굴비 등은 고가 추석선물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2010년이 넘어서면서는 '민족' 명절이라는 수식이 어색하게도 와인과 해외직구 용품 등도 주고받는 문화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품목은 계속 변하지만 정육과 건강 등 대표적인 명절 선물세트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편"이라며 "최근에는 와인과 수입과일 등이 수요를 늘려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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