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 불이익이요? 걱정 안합니다"…아베가 깨운 日대학생들

집단자위권법안 통과 임박한 도쿄 국회앞에서 만난 대학생들
"정치가 삶과 가까운 문제임을 자각…법안통과 후가 더 중요"


"취직 불이익이요? 그런 걱정 안 합니다. 함께하는 친구들이 꽤 많습니다."

일본 사학 명문인 와세다(早稻田)대 4학년 히로카와 나가토모(26) 씨는 아베 정권의 집단 자위권 법안(안보 관련 11개 법률 제·개정안·이하 안보 법안)의 국회 최종 통과가 임박한 18일 오후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난 기자에게 이처럼 '쿨'하게 말했다. '반(反) 정부 데모를 하는 것이 알려지면 취직에 불이익이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대학 학생회 연합 조직인 전일본학생자치회총연합회에 소속돼 있다고 밝힌 히로카와 씨는 이날 70∼80여명의 대학생들과 함께 이른 오후부터 '법안 강행처리 반대' '전쟁법안 반대'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주도했다.

패전후 70년을 이어온 일본의 평화헌법 체제가 중대 기로에 선 역사적인 날, 현장을 지키기 위해 도쿄뿐 아니라 국토 북단인 홋카이도(北海道), 500km 떨어진 교토(京都)에서 온 학생들도 있었다.

국회의사당 앞 보행로를 채운 각종 시민·사회단체들이 제각각 구호를 외치는 와중에 학생들의 목소리는 단연 강렬했다. '단결'이라는 글자가 적힌 머리띠를 맨 학생들이 '파시즘 반대' '아베정권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다른 시위 참가자들도 유심히 지켜봤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독선적 정치행태와 안보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 보다 고차원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돌아가며 발언하는 순서에서 한 남학생은 "아베 정권은 중국 시진핑 정권에 군사적으로 대항하기 위해 '침략전쟁법'을 만들려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우리는 시진핑 정권의 대국주의와 군사적 확장 또한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민중들과 함께 아시아의 평화를 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학생은 "노동자, 일반 시민들과 연대해 실력으로 아베 정권을 타도하자"고 당차게 외쳤다.

안보법안 반대 시위의 '스타'로 뜬 '실즈'(SEALDs·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 행동)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안보 법안 정국은 이처럼 일본 대학생들의 정치 의식을 깨우는 역사적인 계기가 됐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히로카와 씨는 "안보 법안 문제가 불거지면서 학생들에게 멀게 느껴졌던 정치가 일상과 가까운 문제라는 자각이 높아졌다"며 "일본이 (안보법안 성립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상황은 우리 학생들과 결코 무관치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안보 법안이 통과된 이후가 더 중요하다"며 이번 운동의 동력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의사당 앞 시위에는 각종 노조단체, 여성단체, 직역별 단체 등이 총출동해 일본 리버럴(자유주의) 세력의 '궐기대회'를 방불케 했다. '살생하지 말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를 옷에 붙인 채 염불을 하는 승려들과 기타를 치며 반전(反戰) 노래를 부르는 노인 가수의 모습도 눈길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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