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트렁크 살인' 김일곤 수사에 프로파일러 투입

서울의 한 빌라에 주차된 차량 트렁크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을 살해한 용의자 김일곤(48)씨가 범행 8일 만에 검거됐다. 주모(35.여)씨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강도살해)로 공개수배한 김 씨가 17일 서울 성동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김 씨는 살인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잘 못한 게 없어요! 난 앞으로 더 살아야 한다"고 답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트렁크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피의자 김일곤(48)의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붙잡힌 김일곤은 차량과 휴대전화를 뺏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산시 한 대형마트에서 차량 째 납치한 A(35·여)씨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해 천안시 두정동 한 골목길에서 내려줬으나, 도주를 시도해 뒤쫓아 붙잡고 목졸라 살해했다는 것. 하지만 체포 후 서울 성동경찰서로 압송될 당시 '범행을 인정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나는 잘못한 게 없다"며 "나도 살아야 한다"고 소리치며 범행을 부인했다.


또 경찰 조사과정에서 '식자재 배달업을 하면서 거래처 여사장들이 미수금이 많았고, 돈을 주지 않고 도망쳤다'며 여성에 대한 혐오감도 드러냈다. 특히 소지품에서 경찰관과 의사 등 이름이 적힌 '살생부'로 추정되는 메모지가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검거 당시 흉기 3개 등을 갖고 있었던 점으로 볼 때, 추가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메모지에는 경찰관과 판사, 의사 등 모두 28명의 이름과 직업 등이 있었다. 이 인물들은 과거 김씨를 체포해 조사했거나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치료했던 의사 등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김씨는 메모지에 관련해 조사과정에서 "이것들 다 죽여야 하는데"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가 계속 흥분한 상태로 횡설수설 하거나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2시 10분쯤 충남 아산시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만난 A(35·여)씨를 차량째 납치해 살해하고, 이틀 뒤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 빌라 주차장에서 투싼 차량 트렁크에 A씨의 시신을 두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17일 오전 성수동 한 동물병원에서 간호사 등에게 "안락사에 사용하는 약을 달라"며 흉기로 위협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격투 끝에 검거됐다. 경찰은 18일 오후 강도살인 등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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