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은 이날 10대그룹 오너로는 처음으로 국감 증인대에 섰다. 황각규 롯데 사장과 함께 국감장에 들어선 그는 자리에 앉아서도 줄곧 여유있는 태도를 보이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발음이 어눌한 측면이 있었지만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고, 답변용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고 종종 한 손을 가슴께에 올리는 등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다.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지배구조 문제와 순환출자 개선 계획, 제 2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 등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지만 신 회장은 비교적 명확하고 단호하게 답했다. "왕자의 난은 끝났고 제 2의 왕자의 난은 없다"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대부분 신 회장이 직접 대답했고 오히려 지원군 격인 황 사장이 긴장한 표정으로 몇 개 답변을 했을 뿐이다.
일감몰아주기 등 계열사 경영과 관련한 구체적 지적들에 대해 신 회장은 "죄송하지만 보고를 받지 못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하면서 궁지에 몰리긴 했다. 하지만 여유 있는 태도를 잃어버릴 만한 송곳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신 회장이 지적받은 점에 대해 바로 시인하고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열기가 식은 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의원들이 기존 언론에 나왔던 내용에서 크게 진전되지 않은 수준의 질문을 한 게 '싱거운 롯데 국감'의 결정적 이유다.
그나마 김기식 새정치연합 의원이 호텔롯데의 상장 계획과 관련해 "구주 매출을 할 경우 수조 원의 상장 차익이 일본 롯데로 흘러간다"고 문제제기를 한 것이 새로운 지적이었다. 이에 신 회장은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그러면 고용도 이뤄지고 세금도 낼 수 있다"고 반박 했다.
신 회장의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여야가 기싸움을 벌였던 것을 무색하게 만드는 황당 질문들도 나왔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과 일본이 축구 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고 물었을 때는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나왔고 신 회장은 한참을 웃은 뒤에야 한국을 응원한다고 답했다.
한편 롯데 측은 이번 국감과 관련해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를 통해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고칠 것은 고치고 발전시킬 것에는 에너지를 더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