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2시 10분쯤 충남 아산시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차량째 A(35·여)씨를 납치했다.
쇼핑을 마친 A씨가 차량에 올라타자 곧바로 김씨가 운전석으로 뛰어들었고, 목을 때리며 제압한 것.
김씨는 A씨를 조수석으로 옮긴 뒤 한 손으로 흉기를 들고 위협하며 한손으로 운전해 지하주차장을 5분 만에 빠져 나갔다.
이어 A씨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 천안시 두정동 한 골목에서 내려줬으나 도주하자, 김씨가 뒤쫓아 붙잡은 뒤 차량에 태워 목졸라 살해했다.
이후 A씨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거주지가 있는 서울로 올라왔다 강원 양양군으로 이동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A씨의 신분증을 통해 '경남 김해'가 주소지인 것을 확인했다. 갑자기 양심의 가책을 느낀 김씨는 '부산에 시신을 묻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 차를 부산으로 돌렸다.
지난 10일 부산 광안리에 도착한 김씨는 시신을 유기하지 않고, 다시 울산으로 이동해 주차된 한 차량에서 번호판을 훔쳐 A씨 차량 앞 번호판과 교체했다.
다음날 새벽 4시40분쯤 다시 서울에 올라온 김씨는 광진구 화양동 자신이 살고 있던 고시원에서 짐을 챙겨 나왔다.
오후 2시 40분쯤 성동구 홍익동 한 빌라 주차장에서 타고 다니던 차량을 세우고, 원래 번호판으로 교체한 뒤 A씨 시신을 트렁크에 둔 채 불을 질렀다.
경찰이 수사본부를 꾸리고 김씨를 공개수배하자 그는 잠적했고, 범행 8일 만인 17일 오전 성수동 한 동물병원에 나타났다.
그는 "동물 안락사용 약을 달라"며 흉기로 위협했고, 병원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도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다 덜미를 잡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량과 휴대폰을 뺏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씨는 수사본부가 꾸려진 성동경찰서로 압송된 후 '범행을 인정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나는 잘못한 게 없다"며 "나도 살아야 한다"고 소리치며 범행을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흥분된 상태라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아직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김씨의 일방적인 진술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는 한편,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