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 이날 오전 9시 이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동물병원을 방문했다.
병원 측은 9시 이후 문을 연다고 안내했고, 돌아갔던 김씨는 오전 9시 30분쯤 병원을 다시 찾았다.
그는 "키우는 강아지가 아파서 안락사를 시켜야 할 것 같은데 약을 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일반 병원에 비해 비교적 침입과 약물을 구하기 쉬운 동물병원을 선택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추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병원 측은 "진찰 후 회복 가능성이 없을 때만 안락사를 시킬 수 있다"며 거부했다.
김씨는 병원 안을 돌아다니며 강아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 "강아지를 데려오겠다"며 병원을 나선 뒤 20~30여 분 후 다시 돌아와 "아내가 강아지를 데려올 것"이라며 의자에 앉았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병원 관계자들이 진료실로 몸을 피하자, 김씨는 흉기를 꺼내 "안락사 약을 달라"며 위협하기 시작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오전 10시 55분쯤 진료실 안에서 문을 잠그고 "흉기를 든 강도가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그러면서 김씨에게는 침착하게 "안락사 약을 찾고 있다, 약이 구석에 있어서 시간이 조금 걸린다"며 경찰 출동을 기다렸다.
이에 김씨는 신고 사실을 짐작하고 병원을 빠져나와 도주하기 시작했다.
출동한 성수지구대 경찰관은 병원 관계자들에게 수배 전단지를 보여주며 김씨의 범행을 확인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병원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김씨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인물을 발견하고 검문검색을 요구했다.
김씨는 인근에 주차된 차량과 건물에 숨으려고 했고, 경찰이 다가가자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은 격투 끝에 김씨를 오전 11시 5분쯤 체포했다.
김씨는 수사본부가 꾸려진 성동경찰서로 압송된 후 '범행을 인정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잘못한 게 없다"고 소리치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심경을 묻는 말에 "나도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2시 10분쯤 충남 아산시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만난 A(35·여)씨를 살해하고, 이틀 뒤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 빌라 주차장에서 투싼 차량 트렁크에 A씨의 시신을 두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