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은 재미와 유익함이 적절하게 어우러졌다. 출연자 중 정찬우와 데프콘, 예지원이 재미 부분을 책임졌다면, 김범수와 신기주, 조승연은 유익함을 담당했다. 의외의 조합으로 보일 수 있지만 출연자 모두 독서에 일가견이 있는 듯했다. 신기주와 조승연은 대중에게 낯선 인물이지만 전방위적인 지식과 촌철살인 분석으로 자기 몫을 다 했다. 조승연은 17권의 책을 저술한 다작 작가이기도 하다.
이날 등장한 책은 모두 5권. 예지원은 교양인문서 '동화독법'을 소개했다. 익숙한 샤를 페로 버전과 생소한 그림형제 버전의 신데렐라 이야기를 비교 분석하면서 갑질의 추악함과 이상적인 갑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고전동화를 통해 잔혹동화를 방불케하는 현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했다.
데프콘은 웹툰 '송곳'을 들고 나왔다. '송곳'은 강자의 갑질에 맞서는 우리 주변 을들의 이야기로, 대형마트 푸르미에서 벌어진 부당해고 사건과 이에 대항하는 노조의 투쟁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기약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을들의 분투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출연자들의 결론이었다.
김범수가 소개한 책은 어린이책 '미켈란젤로, 고난을 딛고 예술혼을 피어올리다'. 조각가임에도 권력자의 강요로 그림을 그려야 했던 미켈란젤로의 비운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책이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작품 '천지창조'에 자신을 괴롭힌 권력자를 지옥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으로 묘사해 통쾌하게 복수했다고 한다.
조승연과 신기주는 각각 라 로슈푸코의 잠언집 '잠언과 성찰'과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을 소개했다. 조승연은 책 속 내용을 인용해 '겸손은 우리가 남들이 자기에게 복종하도록 만들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수단이다. 즉 복종하는 척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신기주는 갑과 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 '다윗과 골리앗'을 통해 자존감을 북돋울 수 있는 수단은 저마다 다르다고 조언했다.
베스트셀러와 그렇지 않은 책을 적절히 섞고, 인문서적, 웹툰, 어린이책, 잠언집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소개한 것은 바람직하다. 시청자들의 독서욕을 자극하고, 나아가 책 구매로까지 연결되는 프로그램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