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재신임 투표를 취소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추석 전에 재신임 절차를 끝내자고 재차 강조했다. 사실상 안철수 전 대표의 요구를 모두 거절한 것이다.
14일 문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전 대표께 드리는 답글'이라는 장문의 편지를 올렸다.
이 글에서 문 대표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타성'을 언급하면서 "그 타성이 매번 혁신을 발목잡고 낡은 시스템을 고수해왔다. 우리 당을 흔들고 있는 혁신에 대한 진통은 그것과 얼마나 다른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과거의 혁신안들은 모두 실천되지 못하고 사장됐다. 안 전 대표께서 말씀하신 '기득권의 타성'때문"이라면서 "처음으로 혁신안을 당헌, 당규에 반영해 실천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정치의 기운이 도도한 물결이 되어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이 기득권 문화를 밀어낼 때 비로소 새정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 우리 당이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와 박원순 시장, 안 전 대표 등 국민들로부터 새로운 정치의 기대를 받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앞장서야 제대로 혁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훈수로 되는 일이 아니다. 팔을 걷어부치고 함께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 당을 바꾸는 일, 함께 해달라"고 촉구했다
문 대표는 "우선은 힘을 모아 중앙위에서 혁신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며 "혁신안을 재신임과 연계한 것이 아니라 지도부가 혁신위를 출범시키고 혁신의 전권을 주었으니, 혁신위가 실패할 경우 지도부가 책임질 수 밖에 없다는 당연한 사리를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혁신위가 실패할 경우 저와 지도부가 책임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이라면서 "혁신위나 당 대표에 대한 불만 때문에 혁신을 거부한다면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안이 중앙위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안 전 대표님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문 대표는 "낡은 진보의 청산이나 인재영입 같은 더 근본적인 혁신 과제는 혁신위의 몫이 아니다. 혁신위에 기대지 말고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면서 "이번 중앙위 이후에, 그리고 혁신위 이후에, 우리가 함께 해나갑시다. '지역별 전당원 혁신토론회'도 그 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중앙위 개최 연기 요구에 대해서는 "답이 아니다"라며 "당무위에서 혁신안이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중앙위 개최가 의결됐고, 이미 중앙위가 소집됐는데 어떻게 가능하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께서도 중앙위 무기 연기 요구를 거둬주시고 중앙위가 잘 열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자신의 재신임 투표를 취소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문 대표는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저에 대한 대표직 사퇴 요구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우리 당을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는데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더 나은 방안이 없다면) 제가 제시한 방법에 따라 추석 전에 재신임 절차를 끝내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신임 투표 결과를 낙관하고 이런 방식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일부 당내 비판에 대해서도 "우리 당의 주 지지기반이며 당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남 민심이 좋지 않다는 말을 귀 따갑게 들어왔는데, 어떻게 결과를 낙관하겠나"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저를 신임하지 않는 여론이 국민이나 당원들 사이에 높다면, 우리 당이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선택과 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개인으로서도 집착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안이 통과되고 자신이 재신임되면 ▲당의 단합과 통합을 위한 노력 ▲민생과 정책 행보 ▲인재 영입을 우선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님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의 분란을 끝내려고 한 저의 제안이 또 다시 분란거리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끝맺었다.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 취소 요구와 중앙위 연기에 대해 전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재신임 투표와 혁신안을 둘러싼 당내 논란과 갈등은 무기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