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만 남은 '가짜 백수오'…판매처만 동네북 "억울하다"

내츄럴엔도텍 대표는 국감장에서야 등 떠밀려 사과, 식약처는 여전히 부실행정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이 지난 5월 6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짜 백수오 논란과 관련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백수오를 들어보이며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 4월 불거진 가짜 백수오 사태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태에서 허무하게 종결된 뒤, 소비자 접점에 있는 판매처로 불똥이 다시 튀고 있다. 정작 문제의 제품을 만든 제조사와 이를 허가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쏟아지는 비판에서 여전히 한 발 뒤에 서 있다.

14일 국회 정무위에서는 가짜 백수오 파동과 관련해 TV홈쇼핑사와 오픈마켓 등 백수오 제품 판매처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백수오 인기를 등에 업고 막대한 이익을 남겼으면서 환불 조치에 소극적이라는 지적 등이다.


이 분위기에서 덕을 보는 건, 건강기능식품 관리 책임이 있는 식약처와 문제의 원료를 공급한 제조사다. 앞서 식약처는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며 관리 소홀을 인정하지 않았다. 가짜 백수오 원료 공급업체이자 상품 제조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은 고의성이 없다는 검찰 조사 결과를 근거로 처벌을 비껴갔다. 내츄럴엔도텍 김재수 대표가 이날 식약처 국감에서 사과를 거절했다 비판이 잇따르자 그제서야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말한 게 전부다.

TV홈쇼핑 업계는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숨만 죽이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할 말이 없다면서도 속내로는 "억울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인정한 식품이고 마침 인기가 많아서 홈쇼핑에서 열심히 판매한 것인데, 식약처와 제조사는 빼놓고 판매처가 맨 앞에서 두들겨 맞고 있다"며 "이제는 끝났겠지 했는데 국감에도 비슷한 상황이 또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는 가짜 백수오조차도 인체에는 유해하지 않다고 하면서 피해갔고 제조사도 면죄부를 받았다"면서 "이 때문에 홈쇼핑 업체들은 어디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지만, 미섭취 분량에 대해 환불 조치를 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다고 욕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가짜 백수오 제품이 일부 유통된 오픈마켓의 경우도 사정이 비슷하다. 식약처 입장과 검찰 수사 결과 등에서 사태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게 결론이 났던 만큼, 논란 당시부터 지금까지 판매 행위를 금할 직접적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방관 했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과 관련해 G마켓 관계자는 "저희가 직접 백수오 제품을 사입해 판매한다면 곧바로 중단 조치가 가능하지만 중개업자로서 근거 없이 임의대로 판매자의 특정 제품 판매를 막을 수는 없다"며 "정부 측에서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않으면 우리의 정책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이날 국감에서 가짜 백수오 사태의 후속대책조차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소비자원이 TV홈쇼핑들과 내츄럴엔도텍 홈페이지 등에서 백수오 제품의 부당광고를 분석해 식약처에 처분을 의뢰했지만 넉 달째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여전히 부실 행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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