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文 리더십…당은 '춘추전국 시대'

때늦은 승부수, 국민 무관심한 혁신안에 발목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7개월만에 되돌리기 어려운 사면초가에 몰렸다. 당은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할정도로 중진급 인사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놓고는 각론에서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문재인 체제로 총선은 어렵다'는데 공통된 인식이 깔려있다.

문 대표가 재신임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선 그 이유로 크게 두가지를 들고 있다.

◇ 때늦은 재신임 승부수…약발 안 먹혀

우선 문 대표의 재신임 승부수가 때를 놓친 처방이라는 점이다.

비주류에서 문 대표에 대한 반발이 노골화한 것은 '4.29재보선 패배' 이후다. 비노측은 "어떤 식으로든 문 대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지만, 문 대표는 이때 승부수를 던지지 않았다.

대신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저희의 부족함을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을 뿐이다.

당시 문 대표 측에서는 모든 지역을 경선으로 치른 '시스템 공천'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전 지역에 패하면서 '공천 실패'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4.29 재보궐 선거이후 바로 문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며 "지금의 재신임은 한발 늦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문 대표가 재신임 관문을 통과한 후 당 혁신을 주도했다면 당권은 지금보다 훨씬 튼튼해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대혼란의 씨앗은 4.29재보선 때 뿌려졌던 셈이다.

이렇다 보니 승부수를 띄운 지금에서는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승부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이미 반(反) 문재인 정서가 형성된 뒤에 승부를 걸려면 더욱 불리한 조건을 수용할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국민투표와 전당원투표를 별개로 어느 한쪽에서 불신임이 나오더라도 사퇴하겠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 선뜻 받아들이겠다는 곳은 없다.

만약 재신임 투표가 이뤄지더라도 시기와 방법을 문 대표가 고집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비주류 측에서 재신임 투표 연기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는 건 사실상 전격 사퇴하라는 압박과 다름없다.

◇ 혁신안으로 정면돌파하려다 되레 발목

문 대표의 두번째 패착은 혁신안과 자신의 입지가 직결될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간과했다는 데 있다.

4.29재보궐 패배 이후 출범한 혁신위는 태생적으로 문 대표와 공동 운명체일수밖에 없었다. 문 대표 주도로 구성된 혁신위의 성공 여부에 따라 자신의 평가가 갈리는 정치적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기는 정당'을 기치로 당권을 잡은 문 대표는 혁신을 발판으로 총선승리를 이끌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한 혁신안은 비주류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혁신안 실패로 규정한 안철수 의원의 비판이다. 안 의원는 문 대표가 혁신안 통과를 강조할때도 "왜 갑자기 본질과 벗어난 혁신안 통과에 집착하는 지 모르겠다"며 "혁신안 통과하면 총선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느냐"고 반문했다.

안 의원이 이런 주장은 혁신안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호의적이지 않고, 당 지지율이 제자리 걸음이라는 데 근거를 뒀다.

이는 문 대표에게 결정적인 '아킬레스 건'이 됐다는 평가다. 민영삼 포커스컴퍼니 전략연구원장은 "안 대표의 지적으로 문 대표가 결정적으로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혁신안 통과와 자신의 재신임을 연계시키며 비주류를 '반(反) 혁신' 세력으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짜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게 됐다. 혁신안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이런 구도는 짜임새가 헐거웠다.

오히려 혁신안이 미흡하다는 반대 프레임이 힘을 얻었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문 대표는 혁신안 완성 이후에야 당 대표로서 역할이 있다는 생각이었지만, 혁신안에 대한 평가 자체가 부메랑이 될 것으로 판단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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