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 유럽난민 특별기획 |
① 나도 '피난민'이 될 수 있다 ② 난민을 바라보는 유럽의 '동상이몽' ③ 1년에 수십만 밀입국 시키는 '점조직'형 알선 |
리비아 또는 터키에서 독일까지 놓인 길은 밀입국 알선 조직의 무대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행을 택하는 난민이 늘어나면서 밀입국 시장은 급속도로 커졌다. 일각에서는 마약이나 무기 불법 거래 시장보다 더 활성화됐다고 분석할 정도다.
오스트리아 경찰에 따르면 유럽 관문국인 그리스에서 영업 중인 밀입국 알선업체만 모두 200여 개로 파악된다. 오스트리아 요한나 미클라이트너 내무장관은 밀입국 시장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유럽권 밀입국을 알선하는 알선 조직들은 대부분 지역 범죄조직 출신이며,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출신 브로커를 내세워 영업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밀입국 '서비스'의 가격표는 천차만별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난민이라면 수만, 수천 달러에 위조여권이나 위조비자, 유럽으로 넘어가는 항공권 등을 살 수 있다.
반면에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면 먼저 해로를 통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 대륙에 입성한 뒤, 육로로 서유럽권까지 가는 루트를 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열악한 난민 선박과 트럭 등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이동수단에 몸을 내맡기게 된다. 이렇게 망명길도 '부'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오늘날 난민 사태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로 '스마트'를 꼽는다. 밀입국 시장이 온라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활발히 광고·홍보되고 있다는 것이다. 알선업자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기본이고, 왓츠앱 등 메신저로 경찰이 단속 중인 장소를 실시간 공유한다.
이렇다보니 난민들은 옷가지와 식량은 전부 내버려도 스마트폰과 충전기는 반드시 몸에 지니고 다닌다. 스마트폰 없이는 밀입국 일정이나 교통 정보 등을 얻을 수 없는 '신(新) 난민 풍속도'인 것이다.
EU 국경관리기관 프론텍스의 이자벨라 쿠퍼 대변인은 "밀입국이 활발한 터키에서는 알선업자들이 온라인 미디어와 매우 친숙하고, 이를 사용할 줄 아는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오스트리아 국경에서 난민 71명의 시신이 트럭에 방치된 채 발견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유럽 경찰 유로폴 및 현지 경찰은 불가리아와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트럭 운전자 등 이 사건과 연루된 4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하지만 밀입국 알선 조직들이 워낙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탓에 수뇌부를 소탕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그럼에도 난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독일이나 스웨덴 등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밀입국 알선 '단가'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다른 국가에서 붙잡히면 원치 않는 곳에서 망명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경찰 당국은 트럭 사건을 두고 "섬찟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 사건은 세상에 알려진 한 건일 뿐"이라면서 "이런 일이 매일, 매 시간마다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겠지만 발견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