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9월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홍명보 감독의 후임으로 최종 선임했다. 브라질월드컵의 부진한 성적 탓에 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을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낙점했고, 진통 끝에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다. 비록 지도자 경력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지만 현역시절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당초 축구협회는 네덜란드 출신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1차 협상 대상으로 낙점했다. 하지만 최종 협상 과정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지 못했다. 결국 축구협회는 한국 축구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까지 책임질 감독을 찾아 나선 끝에 슈틸리케 감독을 최종 합의에 성공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참패로 사기가 잔뜩 떨어진 선수들을 빠르게 수습했다. 대표팀의 주축인 유럽파는 물론, K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들을 계속해서 대표팀에 불러들이며 한국 축구에 대한 자신의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 체제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부임 이후 한국 축구는 A매치 20경기에서 14승3무3패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만들었다.
브라질월드컵의 부진에서 빠르게 벗어난 한국 축구의 반등을 이끈 슈틸리케 감독은 과연 지난 1년의 대표팀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레바논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3차전을 3-0으로 승리하고 10일 귀국한 슈틸리케 감독은 “너무나 훌륭한 팀을 이끌고 있어 상당히 만족스럽다”면서 “이 모든 결과는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경기장에서 보여준 모습에 따른 것”이라고 기뻐했다.
이어 “지난 1년의 전적은 우리가 상당히 많은 발전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좋은 성적은 모두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해준 덕분이다. 선수들 모두가 대표팀을 위해 뛴다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라고 최근의 좋은 성적을 모두 선수들의 공으로 돌렸다.
부임 후 기존의 국가대표선수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이정협(상주)을 시작으로 이재성(전북)과 권창훈(수원) 등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재목을 발굴하며 한국 축구대표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대표팀에 왔던 모든 선수가 자기 역할을 충분히 잘했다. 대표팀에 왔던 많은 선수가 서로 경쟁한다는 생각을 통해 팀이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과 함께했던 지난 1년의 대표팀과 선수들에게 ‘100점’이라는 후한 평가를 했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없다. 내 평가는 여러분이 해주길 바란다”고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