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0일 허 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헌병대의 부실수사에 따른 위자료 3억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강원도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하던 허 일병은 1984년 4월 2일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은 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허 일병이 타살됐고 군 당국이 은폐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놔 공방이 이어졌다.
1심 재판부는 2010년 타살로 판단해 국가가 유족에게 9억2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 재판부는 2013년 자살 취지로 결론을 뒤집어 부실 조사에 대한 책임만 인정해 배상액을 3억 원으로 낮췄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허 일병 사망 원인과 군 당국의 부실조사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여부였다.
대법원이 사인을 자살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타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부실조사에 대한 책임만 일부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은 "허 일병이 타살됐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 한 증거들과 이를 의심하게 하는 정황들만으로는 소속 부대원 등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타살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당시 허 일방의 시신이 발견된 폐유류고 부근의 혈흔과 골편 등이 산재해 있었는지, 시신 옆에 놓여 있던 총기에 혈흔이나 흙 등 사망원인을 판별할 단서가 있었는지, 허 일병 위장 내에 남아 있었다는 700cc 가량의 내용물을 근거로 추정할 수 있는 사망시각과 그 밖의 정황사실에 관해 군 수사기관의 면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어 "항소심 판결에 부적절한 부분은 있지만,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 부분을 기각한 조치는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에 수집할 수 있던 현장 단서 조사와 부검 등이 부실해 사망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