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한국, OECD 자살률 1위 왜 안 떨어지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9월 10일 오늘은 12번째 맞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World Suicide Prevention Day)' 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2003년부터 9월 10일을 세계자살예방의 날로 정했고 2004년 제1회 자살예방의 날 행사를 시작으로 올해 12번째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살이란 단어는 듣기 민망할 지경이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1년동안 OECD 국가 중 부동의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한국, OECD 자살률 1위…왜 안 떨어지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뉴스 전체듣기]

▶ 1년에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이 몇 명인가?

= 2014년 통계는 아직 발표가 되지 않았다. 201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1만 4,427명에 이른다. 2012년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1만 4,160명이었으니까 267명(1.9%) 증가했다. 이는 하루 40명이 자살로 사망하는 것이고 36분마다 1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12년 28.1명에서 2013년 28.5명으로 증가했다. 아직 공식통계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2014년에는 자살률이 더 증가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 우리나라가 11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냐?

마포대교 생명의 전화 등 자살예방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그렇다. 1등만 좋아하는 나라여서 그런지 자살률 1위를 넘겨줄 생각을 안하고 있다.

OECD Health Data를 보면 우리나라는 2003년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에 등극한다.

2002년 10만명당 22.7명이던 것이 2003년 28.1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 때가 이른바 '카드대란'이 일어난 해였으니까 그 여파일 것이다.

2004년에는 29.5명, 2005년에는 29.9명, 2006년에는 26.2명으로 주춤하더니 2007년 28.7명, 2008년 29명이던 것이 2009년에는 33.8명으로 껑충 뛰었고 2010년에는 33.5명 2011년 33.3명으로 30명대를 유지하다 2012년 29.1명으로 줄었다. (참고로 OECD 헬스데이터는 연령표준화 자살률이어서 통계청 자료와는 차이가 난다. OECD는 국가간 비교를 할 때는 나라마다 인구가 달라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보정을 한다.)

2013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의 자살로 인한 평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2.0명이니까 우리나라의 자살이 얼마나 많은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00년대 초반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였던 헝가리가 2위지만 19.4명이고 3위인 일본은 18.7명, 4위 슬로베니아(18.6명), 5위 벨기에(17.4명) 등이다.

자살 사망률이 가장 낮은 국가는 터키로 2.6명이었다. 그리스 4.2명, 멕시코 5.0명, 이탈리아 6.3명, 이스라엘 6.4명 등으로 우리나라와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 왜 이렇게 자살률이 높은 거냐?

= 박재홍 앵커는 자살이 개인의 문제라고 보나? 아니면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보나?

▶ 사건마다 다르지 않을까요? 어떤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일 수 있고 어떤 문제는 사회나 소속된 집단의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는 것 아닌가?

남성 노인의 자살률이 전체 자살률을 높히고 있을만큼 노년층의 자살을 심각한 문제이다. (자료사진)
=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40명 1년에 1만 4천명이 넘는다면 이건 개인적인 문제를 떠난 것이다.

자살률이 가장 낮은 5개 나라를 보면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나 소득이 앞선 나라는 이탈리아 정도일 것이다. 그리스가 심각한 경제난를 겪고 있지만 자살률이 그렇게 높지 않은 이유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세계자살예방의 날(9월 10일)을 앞두고 아랍권 최대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최근 '자살의 나라, 한국'(South Korea : Suicide nation)이란 제목의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알자지라는 "한국 청소년은 경쟁이 심한 사회에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대학 입학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중년층은 주로 개인의 경제 문제에 대한 고민, 노인들은 전통적 가족단위의 붕괴에서 비롯된 고립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갈수록 심해지는 사회 양극화와 고령화에 따른 노인 빈곤과 고독, 치열한 입시 경쟁, 취업난 등이다. 특히 자살률을 높이는 가장 큰 이유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남성 노인들의 자살률이 높기 때문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3년 기준으로 80대 남성 노인의 자살률은 10만명당 168.9명(여성노인 63.9명) 이고 70대는 110.4명(여성 35.4명), 60대는 64.6명(18.4)명에 이른다. 남성 전체의 평균이 39.8명(여성 전체평균 17.3명)이니까 남성노인 자살률이 전체 자살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대 병원 윤대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년층의 자살이 증가하는 것은 오래살게됐지만 그에 대한 준비는 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젊은 층의 자살은 무한경쟁에 내몰리면서 가치관의 문제와 철학의 문제 상대적 발탁감 때문"으로 분석했다.

▶ 자살률이 왜 떨어지지 않는 거냐?

(표=노컷뉴스)
= 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한국자살예방협회 그리고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등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전문가들마다 다양한 분석을 하면서 차이가 있지만 일치하는 2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가장 큰 이유는 정부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살예방업무는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정신건강정책과에서 맡고 있는데 사무관 1명이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업무분장을 보면 정신건강정책과의 업무가 12가지인데 자살예방업무는 그 중 하나인 것이다.

2006년 17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자살예방법을 발의했던 안명옥 국립의료원장은 "자살문제는 범 국가적인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추진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힘있는 사람 예를 들어 대통령이나 장관, 국회의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자살예방은 빛도 나지 않고 성과도 금방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유력 정치인 중 자살예방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을 지낸 박종익 국립춘천병원장도 "자살예방사업은 범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해야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일본은 2006년 자살예방법을 내각부(우리나라 대통령비서실)로 가져갔고 핀란드는 범 국가적 사업으로 자살예방운동을 벌여 획기적으로 자살율을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예산이 터무니 없이 적다는 것이다.

자살예방예산은 올해 89억 4,000만원이었는데 내년에는 이마저도 85억 2,600만원으로 4억원 이상이 줄어든다.

일본이 연 3천억 원을 자살예방에 투입한다고 하니까 경제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예산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알 수 있다.

중앙대 이원영 교수는 "100억 원도 안 되는 예산으로 자살예방사업을 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자살이 암의 사회경제적 질병부담의 50%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암예방 및 관리 예산의 5%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5년 보건의료분야 예산 10조 234억원 중 암지원사업은 1,048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1%를 차지하고 있고, 결핵지원 예산도 369억원이지만 자살예방예산은 89억원에 불과하다.

김현정 국립중안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정부는 관심이 없고 사회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자살률은 살기힘들다는 걸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인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복합적인 문제인 만큼 정치권이나 정부가 나선다면 예산면에서나 다방면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다른 이유도 있나?

(표=신권철 저 '자살예방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논문 중 캡처)
= 세 번째는 첫 번째 이유와 겹치지만 제도적으로 자살예방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때 경험했지만 재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약칭:자살예방법)이 2011년 제정돼서 2012년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선언적인 법률에 그치고 있다.

자살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군인이나 경찰, 학생, 청소년, 노인 문제까지 겹친다. 정부 부처로는 국방부, 행정자치부, 교육부, 보건복지부가 관련이 있다. 그런데 복지부에서 해당부처들을 컨트롤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는 건 이미 입증됐다.

그동안 발의된 자살예방법을 봐도 국무총리실 산하에 자살예방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1위이고 36분마다 1명씩 사망하는 데 이는 대한민국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특별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 언론(미디어라고 표현한다) 보도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2013년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이 제정됐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제정해서 공포했다. 그렇지만 이 권고기준은 권고에 그치다보니 제대로 실천이 되지 않고 있다.

아마 자살보도를 조회수 늘리기에 이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지도 모른다. 각 언론사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에서 '자살'이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면 자살보도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

특히 언론보도를 보면 자살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거나 자살이 하나의 문제해결 방법인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싶지만 그 또한 자살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된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의 전문에는 "자살보도가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라는 걸 전제로 한다. 2004년 처음 제정됐던 1.0에서는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였으니까 언론보도의 심각성을 반영해 직설적인 표현으로 바꾼것이다.

다섯 번째는 자살에 대해 지나치게 수용적이기 때문이다. 자살에 대한 보도가 넘치다보니 자살보도가 나와도 무감각하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또 자살은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이 고령층으로 갈수록 높다.

국립중앙의료원 김현정 교수는 "노년층으로 갈수록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면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살관련 보도가 나오면 조회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베르테르효과'라고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자살했을 경우 모방자살이 급격히 치솟는 것도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 자살관련 언론보도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제정할 때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어기는 언론사와 기자의 명단을 공개하자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자들이나 데스크 언론사가 자살관련 보도를 자제하는 수준을 넘어 하지 않으려고 해야 한다.

최근에 있었던 자살관련 사건 중 총장직선제 폐지에 항의해 자살한 부산대 교수의 사례나 국정원 임모 과장의 자살 등 언론으로서는 보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일들이 있지만 이들 외에도 자살관련 보도를 너무 많이하는데 이를 줄여야 한다. 특히 SNS를 통한 동반자살이나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례, 신병을 비관해서 자살한 사례 등은 보도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 독자나 시청취자 수용자들이 나서야 한다. 언론사는 수용자를 신경쓸 수밖에 없으니까 수용자들이 나서서 잘못된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항의하고 해당기자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거나 기사에 항의 댓글을 다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중앙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조성민 씨의 자살 이후 언론보도가 쏟아지다가 인터넷에서 누리꾼들이 지나치다는 댓글을 달기시작하면서 관련기사를 내리거나 후속보도가 크게 줄어든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언론이 자살유가족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이원영 교수는 "자살유가족들은 가족의 자살 사실을 감추거나 속인다"면서 "그들의 아픔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일본이 범 국가적으로 자살예방사업에 나서게 됐던 것도 자살로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이 에세이를 쓴 책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이었던 서울대병원 안용민 교수가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방법을 찾을 방침"이라면서 "권고기준을 실천기준으로 강화하거나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언론사나 기자의 실명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아직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 자살을 줄이기 위해서는 범국가적으로 나서는 수밖에는 없는 거냐?

= 그렇다.

행정부 뿐만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국회와 사법부, 언론, 의료계, 시민단체 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핀란드도 1990년 30.2명이던 자살률이 범국가적인 자살예방사업에 나서면서 2012년에는 15.6명으로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헝가리도 1986년 48.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해 2012년에는 22명으로 떨어졌다. 헝가리와 일본, 핀란드가 자살예방 모범국으로 꼽히고 있다.

안명옥 원장은 "자살예방은 범국가적인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관련부처및 기관간 상호협조체계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를 했다.

안 원장은 정부기관간 협조가 되지 않는 사례를 자살통계에서 지적한다. 2008년 사망통계는 2009년 8월 31일에 발표됐고 2009년은 2010년 9월 8일에 2010년 사망통계는 2011년 9월 7일에 발표됐는데 2011년 사망통계는 2012년 9월 13일 발표됐고 그 이후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자살예방의 날 이후로 발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자신의 블로거에 "통계청이 통계의 중요성을 모르거나 자신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영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토론회에서 "국무총리실에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가칭)'를 설치해서 자살예방 대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보건복지부는 자살예방사업 추진성과에 대해 책임과 권한을 공유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원영 교수는 "자살 자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구조 전반을 개혁해야 하는 만큼 당장의 효과를 보기는 어려우니까 우선은 자살률이 증가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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