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에 당 공천혁신안이 통과된 가운데 당 대표는 혁신안 통과에 대해 ‘사퇴 배수진’을 쳤지만 대표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범친노 수장이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여기에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당외 인사와 대표 책임론을 거론해온 당내 거물이 9일 만나는 등 하루 종일 진통을 거듭했다.
이날 당무위에 총선 경선에서 선거인단을 100% 국민으로 구성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공천혁신안 상정이 예고되면서 이날 당내 진통은 어느정도 예상됐지만 당 안팎 거물의 전격 회동과 대표의 사퇴 강수, 대표 2선 후퇴 요구 등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혼란을 거듭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당무위를 열고 비주류 측 지적사항을 세부 시행세칙 등으로 보완하기로 하고 수정된 공천혁신안을 통과시켰다.
논쟁의 핵심이었던 공천선거인단 구성 안건은 단서 조항을 붙여 추후 수정 가능성을 열어두는 조건을 달았고, 당내 경선을 1번이라도 참여한 경우 경선 과정에서 정치신인 가산점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중복투표나 권리당원 배제 우려 등이 제기된 안심번호 도입의 경우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다는 전제로 근거조항을 뒀고, 안심번호 사용을 강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고위와 당무위 논의과정에서 문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혁신안을 관철시키려 하면서 비주류의 반발을 샀다.
비노 측 주승용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혁신안) 공천 부분이 논란의 소지가 많아 당무위에 상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종걸 원내대표도 전날 의총에서 많은 의원들이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에 다시 의총을 해서 공천관련 당무위를 상정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문 대표가 이런 의견을 인정하지 않고 그냥 (당무위 상정을) 가결해버렸다"고 밝혔다.
이렇듯 진통 속 공천혁신안의 당무위 의결을 이끈 문 대표는 '사퇴 배수진'을 치며 공천혁신안 통과를 압박하고 나선 상태다. 문 대표는 당무위 의결 직후인 오후 3시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기득권 때문에 혁신이 좌절되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며 "만일 혁신안이 끝까지 통과가 안되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 내에서 공공연히 당을 흔들고, 깨려는 시도가 정도를 넘었다"며 "단결과 단합을 위해 인내하고 또 인내하고 포용하고 또 포용했는데 개인의 정치적 입지나 계산, 계파 이해관계 때문에 탈당과 분당, 신당을 거론하며 (당을) 흔드는 행태는 심각한 해당행위다. 당은 힘이 빠지고 국민들이 외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표가 누구든 우리당에 꼭 필요한 혁신이다. 제 거취가 어떻게 되든 혁신만큼은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비노 측 의원들은 "재신임을 물으려면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의사를 물어야지 본인이 위원을 다 구성한 중앙위에서 무슨 재신임을 묻느냐. 진정성이 없다"고 꼬집었고 "급하게 (혁신안을) 통과시키고 이것(중앙위에서 혁신안 통과)이 아니면 물러나겠다는 것은 반대파에 대한 협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의 우군이자 범친노의 수장인 정세균 전 대표는 문 대표에게 사실상 2선 후퇴를 요구하며 문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정 전 대표는 당무위 의결 직후 언론에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가 야권 전체의 단결과 통합, 혁신의 대전환을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대 결단을 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혁신은 불가능할 지라도 통합과 단결은 혁신의 출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골이 깊은 당내 갈등에 대해 사실상 문 대표에게 책임을 물었다.
기자회견을 하려던 정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히자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성명서 전달로 입장 표명을 대신했다.
당 안팎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이날 전격 회동하면서 당내 혼란이 더해졌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40분 동안 국회 의원회관의 안 전 대표 방에서 배석자 없이 만났고 이날 회동에서 천 의원은 안 전 대표에게 신당 합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신당 합류대신 천 의원의 복당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