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 자살' 8년만에 30배 폭증…막을 수 없나?

오늘 자살예방의 날…"자살 끊이지 않아도 관심 없어"

(사진=스마트이미지/자료사진)
지난 4일 새벽 1시 40분쯤 회사원 A씨가 서울 광진구 한 공원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의 사망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경찰은 A씨가 여자친구와 다툰 후 화가 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탤런트 안재환씨가 2008년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2013년에는 '모래시계'를 연출했던 유명 PD 김종학씨도 같은 방법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 지난 7월에는 '국정원 해킹' 사건으로 논란이 된 국정원 직원 임모(45)씨가 차 안에서 스스로 번개탄을 피워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이처럼 번개탄이 '자살 도구'가 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기 구이용으로 널리 쓰이는 번개탄은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살 도구로 악용된다는 분석이다.

◇ 번개탄 악용, 8년만에 30배 가까이 폭증

'자살예방의 날'인 10일 보건복지부(복지부)에 따르면, 번개탄을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은 2005년 65건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1844건으로 30배 가까이 폭증했다.

2013년의 경우, 전체 자살 사건 가운데 번개탄을 이용한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리 숫자를 넘기며 12.8%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번개탄 악용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홍콩이나 대만의 경우 번개탄은 매장내 별도의 보관함에 담겨 관리되다 손님이 요구할 때만 판매되고 있다. 또 번개탄을 판매할 때 사용목적과 전화번호를 받아두는 등 자살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약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자 지난 2011년 맹독성 농약 '그라목손'의 판매를 중단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2011년 2580명이던 음독자살 사망자 수는 2013년 1442명으로 크게 줄기도 했다.

◇ "메르스는 국가적 현안인데, 끊임없는 자살엔 관심없나"

하지만 자살 예방 당국인 보건복지부는 번개탄 판매 규제에 대한 논의만 하고 있을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위해 번개탄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쉽게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일산화탄소 배출을 줄인 번개탄을 개발 중"이라면서도 "상용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번개탄 자살을 1차적으로 막을 수 있는 판매 규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립의료원 김현정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는 "홍콩과 대만처럼 번개탄를 사기 위해 여러 절차를 거치게 하면 자살을 막을 수 있는 한 방법이 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자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메르스로 인한 사망은 잠깐 동안 국가적 현안이 됐지만, 자살하는 사람이 끊임없이 발생하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게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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