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붙잡힌 유통업자들은 위조된 인증번호를 사용해 세관을 통과하거나 중국에서 보따리상 등을 통해 확보한 몰카 등을 전파인증을 거치지 않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전파법 위반으로 이들을 입건했지만 정식 인증을 받은 제품은 합법이어서 정작 몰카 자체를 단속할 법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시계형·넥타이·자동차 키 등 진화하는 몰카
경찰청은 지난 1일부터 집중단속을 벌여 전파 적합성 평가인증을 받지 않고 불법 초소형 몰카를 수입한 뒤 유통시킨 신모(48.남)씨 등 15명을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달 용인 워터파크 몰카 사건 이후 성범죄 근절 차원에서 벌인 집중단속에서 13개 업체가 총 24종, 1397개의 불법 몰카를 판매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정장 차림의 남성이 착용하는 정상 넥타이에 작은 구멍을 뚫어 몰카 렌즈를 삽입한 제품도 눈에 띄었다.
실제로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김희수 4팀장이 자신이 착용한 넥타이가 몰카용이라고 말해주기 전까지 십여명의 기자들 모두 알아차리지 못했다.
벽시계용 몰카도 감쪽같았다. 실제 벽시계 10시 부분에 작은 몰카 렌즈를 삽입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는 구분이 가지 않았다.
이밖에도 자동차키와 이동용저장장치(USB), 라이터, 선글라스 등 실생활에 많이 사용되는 물건들에 초소형 몰카를 심었다.
무선 몰카는 평균 30만원대로 경찰에 적발된 업체들은 짧은 기간 2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전파인증만 받으면 정상제품
실제로 이번 경찰 단속에 걸린 제품들은 미래부 산하 국립전파연구원을 통해 적합성평가를 받지 않거나 인증 자체를 위조했다.
몰카 자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경찰은 무선 몰카 적합인증과 유선몰카 적합등록을 하지 않은 신씨 등 15명을 전파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박찬우 경찰청 경제계장은 "전파 인증을 받은 뒤 정식 세관을 통과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비용 부담 때문에 수입업자들이 전파인증을 꺼렸다"고 말했다.
전파 인증을 받은 뒤 정식 세관을 통해 몰카를 수입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 비용 부담도 크기 때문에 수입업자들은 일명 '빠다질'이라 불리는 인증서 위조를 택했다.
서울청 김희수 사이버수사대 4팀장은 "화질과 편의성 등 몰카 제품이 계속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수입업자는 종류별로 일일이 전파인증을 받아야한다"며 "신씨 등은 정식 인증 제품 라벨을 대량으로 복사해 제품에 붙인 뒤 정상 제품인 것처럼 속여 몰카를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성능 개선 등으로 일부 변형된 몰카를 수입하면서 적합인증번호를 구성하는 제품식별번호를 허위로 제작한 뒤 이를 라벨 스티커로 신제품에 부착하는 수법으로 마치 새로운 인증번호를 부여받은 것처럼 표시하기도 했다.
경찰은 위조된 라벨로 정식 수입한 것 말고도 중국 보따리상 등을 통해 밀반입되는 불법 몰카가 많다고 판단해 불법 전파기기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펼칠 예정이다.
또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몰카와 불법 도감청장비 등이 갈수록 소형화되고 각종 생활용품 등으로 교묘하게 위장돼 또다른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판단, 불법 전파기기 밀수업자와 연계된 판매점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 대한 단속도 병행할 방침이다.
정용선 경찰청 수사국장은 "불법 몰카 유통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몰카로 인한 사생활 침해 등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불법기기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추진겠다"고 밝혔다.
또 "미래부, 관세청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불법기기 유통을 차단하고 위장 몰카형 기기에 대한 규제방안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전파 인증만 받으면 몰카 자체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어 관련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박찬우 경찰청 경제계장은 "전파법상 적합성평가를 통해 인증‧등록된 제품의 경우에는 단속근거가 없어 앞으로 초소형캠코더(몰카)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