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한국史' 부활 임박…추석 직전 강행 유력

25일쯤 '국검인정 구분고시' 행정예고…'역사적 퇴행' 우려

올초부터 정부와 여당이 줄기차게 부르짖어온 '한국사 국정 교과서'의 부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추석 연휴 직전인 오는 25일쯤 역사 교과서의 국정 발행을 명시하는 '국·검인정 구분고시'를 행정예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두 차례의 공청회를 마친 '2015교육과정 개정' 기준 고시와 함께 행정예고가 이뤄지면, 20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구분 고시도 확정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래는 구분 고시를 먼저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순차적으로 거의 동시에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국정감사와 추석 연휴 등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그때밖에 날짜가 없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교육과정 개정으로 교과목이 확정돼야 각 과목의 국정 또는 검인정 여부를 구분해 고시할 수 있다"면서도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여부는 현재까지 결정된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그간 물밑에서 공감대를 이뤄온 만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강행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고시가 이뤄지면 오는 2017년부터 중고생들은 국가가 정한 '하나의 역사'를 배우게 된다. 지난 1974년 군부정권이 만들었다가 2007교육과정에서 사라진 국정 교과서가 공교롭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에 부활하게 되는 셈이다.

90% 넘는 역사 교사와 전공교수들은 물론 전국 대다수 교육감과 학부모들, 여기에 독립운동가 후손들까지 일제히 강력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정권은 요지부동이다.

친일행각 등 근현대사의 굴곡은 최대한 배제하고 '하나의 시각'으로만 역사를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채점을 해야 하는 교실에서의 역사는 한 가지로 가르쳐야 한다"(교육부 황우여 장관)거나,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고 억지를 부리는 주장은 이 땅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등 여권 인사들의 그간 발언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황 장관은 지난달초 기자 간담회에서도 "족보가 여러 개 있을 수 있느냐"며 "중도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한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사실관계만을 나열하는 족보와 달리, 역사는 해석과 평가가 중요한 영역이란 게 학계의 견해다. 따라서 시각의 다양성에 방점을 찍는 국제적 추세를 보더라도 정부 논리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역사학계 한 관계자는 "정부 논리를 100%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 정권이 추진하는 국정교과서가 '가짜 족보'가 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하루 빨리 국정화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기존 교과서보다 고대사를 늘리되 근현대사 비중을 줄인 교육과정 개정안 역시 같은 연장선에 있다.

정부는 '시대별 적정화'와 '학습부담 감축'을 그 배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집필기준에서 임시정부의 법통성에 관한 내용이 제외되거나 시대별로 사회·경제사가 빠지는 등 국정화의 '사전 정지 작업'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정부의 국정화 강행 추진이 대한민국 역사와 교실의 시계를 1970년대로 되돌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진영효 참교육실장은 "검정이냐 국정이냐의 논쟁보다 중요한 문제는 담고자 하는 내용에 있다"며 "전국적으로 거의 채택되지 않았던 교학사 교과서를 사실상 '단일 교과서'로 만들어 가르치겠다는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