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포스코 그룹 회장직 선임의 대가로 당사자들끼리 사전에 계열사를 통한 특혜 및 금전적 청탁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08년 말 포스코 차기 회장직을 두고 물밑에서 모종의 '딜'이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구택 전 회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당시 회장직 선임에 대한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구택 전 회장은 지난 2008년 12월 초 임기가 1년 넘게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사설에 시달리면서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권과의 불화설 등도 사퇴 결심 이유 중 하나였다.
당시만해도 포스코 그룹 상당수 임직원들은 윤석만 당시 포스코 그룹 사장을 가장 유력한 회장 후보로 꼽았다.
포스코 그룹 내부 사정에 밝았던 한 인사는 "2008년 10월까지만해도 정준양씨는 회장직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었다. 당시에도 각종 비리설이 있었기 때문에 회장직에는 부적절하다는 평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직 내부의 예상은 이듬해 초에 깨졌다. 친인척 연루 비리 등으로 조직 내부에서 부적격으로 평가됐던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이 2009년 초에 회장으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MB정부의 실세이자 이른바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차관의 입김이 강력히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검 중수부도 2012년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수사를 벌일 당시 이같은 의혹에 대해 내사를 벌이기도 했었다.
대검 중수부는 박 전 차관이 2008년 10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이구택 포스코 회장을 시작으로 윤석만 포스코 사장,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 등을 잇따라 만나며 신임 회장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을 확인했다. 다만, 박 전 차관이 그해 6월 청와대에서 나와 국무총리실에 복귀할 때까지 몇개월간 민간인 신분이었음을 감안해 사건을 더 진행하지 않았다. (2015년 3월 18일자 노컷뉴스 [단독]檢 박영준·정준양 포스코 회장 밀어주기 의혹 3년전 수사)
그러나 당시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포스코 협력업체를 통한 금전적인 거래가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상득 전 의원의 최측근이 실소유주로 있는 '티엠테크'는 포스코 회장직 교체기인 2008년 12월 설립됐다. 그리고 이듬해 정 전 회장이 선임된 이후부터 포스코켐텍에서 100% 매출을 올려 연간 1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검찰은 지난 주말 이구택 전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차기 회장 교체기에 벌어진 일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당시 박영준 전 차관 등이 회장직 선임에 얼만큼 깊숙이 관여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양씨의 회장직 발탁이 이상득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연결될 경우, 금전적 대가로 회장직을 거래한 것과 다름없어 파장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