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작품은 민중미술가 홍성담 화백의 <김기종의 칼질>. 지난 3월 발생한 김기종 씨의 리퍼트 미 대사 피습사건을 그린 그림이다.
이어 "24명의 다른 참여작가들과 작품들도 문제화되고 있는 작품 한 점으로부터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홍성담 화백의 <김기종의 칼질> 작품을 전시에서 내리기로 최종 결정하였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 동북지방에서 항일 유적지를 탐방 중인 홍 화백은 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시립미술관 측이 작품을 내리기로 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다.
그는 "3시간 전(오후 3시경)만 해도 홍경한 총감독에게 전화가 와서 (논란은 있지만) 작품은 안 내릴 거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며 황당해했다.
홍 화백에게 작품을 그린 의도와 현재 심경 등을 들어봤다.
▶ 서울시립미술관에 있는 홍 화백의 <김기종의 칼질>을 내리기로 했다는데 심경이 어떠한가요.
= 내리기로 했다고요? 3시간 전(오후 3시경)만 해도 전화가 와서 (논란은 있지만) 작품은 안 내릴 거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소리인지요. 전 처음 듣습니다.
▶ 서울시립미술관 측이 오후 5시경 작품을 내리기로 했다고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홍경한 총감독은 "본 전시의 본질과 다르게 정치적 이슈화가 되고 있는 점, 24명의 다른 참여작가들과 작품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 (한숨) 전체 화가의 입장은 중요하고 제 입장은 안 중요하다는 건가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 이번 전시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 일본에서 전시 중인데 홍 감독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작품 좀 달라고요. 제가 '닭대가리'(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시리즈가 있는데 이거 받을 거냐 했더니 '받아야죠'라고까지 했습니다. 하루쯤 생각해보니 그 그림을 주면 홍 감독이랑 서울시립미술관이 (논란으로) 고생할 것 같더군요. 그리고 미술관 쪽이야 욕심나서 전시한다지만 감당 못하고, 결국 제 몫이 될 텐데. 저는 이런 식으로 사단나는 거 싫고 조용히 지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려놓았던 원전에 대한 그림 <핵-거룩한 식사>와 <김기종의 칼질>을 보내줬습니다.
▶ 전시 전 논의에서 <김기종의 칼질>이 문제가 없다고 하던가요.
= 제가 두 작품 보내놓고 "이거 전시할 수 있는지, 보고 판단하시라"고 했습니다. 자기들 회의에서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놓고는 이제 와서 저는 내리라고도 안 했는데 작품을 내린다니….
▶ <김기종의 칼질>이 테러를 옹호하는 그림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어떤 의도로 그린 건가요.
= 세상 어떤 예술가가 테러를 옹호하겠습니까. 생명, 평화, 환경을 중시하고 인권의 보편적 가치 중요시 여기는 게 예술의 기본 맥락입니다. <김기종의 칼질>은 역사적으로 있었던 일을 그린 겁니다. 김기종이 실제로 칼질을 했지 않습니까.
누군가는 김기종이 미친X이다, 과대망상증이 있다고 욕합니다. 또 누구는 부채춤을 추고 석고대죄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넘어가지 않았습니까. 언론도 이 사건을 한 과대망상증 환자의 일탈 행위 정도로 말하고 넘어가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이, 미국의 속국이라 생각하는 나라(한국)에서 일어났는데,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느냐, 한번 광범위하게 토론해보자는 취지로 작품을 그렸습니다. 김기종을 미친X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왜 이러한 사람들이 생겼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이러한 사건이 또 안 일어날 거 아닙니까. 그러니 우리 사회의 얼굴을 들여다 봐야하지 않겠냐, 다시 한번 (김기종의 칼질을) 생각해보자 한 겁니다.
▶ 그림 안에 있는 글에 대한 지적도 있습니다.
= 글도 제가 그렇게 썼습니다. 이 테러가 옳은 건지 그른 건지, 다같이 생각해보자는 취지로요. 일제 때 백성 대부분이 식민지인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지나고 나서야 안 거지. 미국에 대해서도 그런 게 아닌가 생각을 좀 해보자는 겁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언젠가 폭탄 들고 테러하는 사람 나타나라는 법 없지 않습니까. 아니면 미국인 관광객이라도 감금해 놓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그땐 어떻게 감당할 겁니까. 그러니 이 사건을 그냥 넘기지 말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왜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야 되는 것인지…. 그런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건데….
▶ 이 그림이 코믹한 그림이었나요.
= 코믹하게 그린 거죠. 이런 심각한 사건일 수록 심각하게 그리면 재미가 없지 않습니까.
▶ 그러면 문제제기를 할 건가요.
= 당연하죠.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전시 목표와 방향에 맞다고 판단해 작품을 선정해 놓고는, 외압이 있다고 해서 걸려 있는 작품을 내리는 것은 예술의 자유를 탄압하는 행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