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로몬]韓대출자, 美금리인상을 주목해야하는 까닭

쓸로몬은 쓸모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 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2015년 9월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1200조 원을 넘어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어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출자들의 관심은 온통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에 집중돼 있습니다. 도대체 미국의 금리 인상과 우리나라 대출자들과 무슨 연관이 있기에 그런걸까요?

◇ 부동산규제 완화 + 4차례 기준금리 인하 = 가계부채 폭증

국민이 과도한 빚을 내는 것을 막기 위해 강화해놨던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가 지난해 8월 전격 완화됐습니다.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규정을 완화함과 동시에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준 것이죠.

여기에 한국은행까지 지원사격에 나섰습니다. 한국은행은 시중은행들의 예금이나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를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8월과 10월, 올해 3월과 6월 총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습니다.

대출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면서 사람들이 이자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확 줄게 된 것이죠. 예전 같으면 1억을 빌릴 텐데 같은 이자로 2억을 빌릴 수 있게 된 셈이니 당연히 대출 액수가 커지지 않겠습니까. 부동산 매매 심리가 살아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 겁니다.

돈을 빌려 집을 사겠다는 수요자가 생기면서 집을 팔겠다는 이들은 집값을 올리게 되고 부동산은 모처럼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 마곡지구 59㎡에 당첨된다면?

와 닿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실제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죠. 요즘 한창 주목받고 있는 마곡지구 공공분양 주택에 당첨됐다고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작은 평수인 59㎡의 분양가는 4억~4억1000만원입니다. 편의상 4억원 짜리가 당첨됐다고 하죠. 이 집을 사기 위해 2억 8000만원(LTV 70%)을 은행으로부터 연 3%에 대출을 받았습니다. 15년 원리금 균등 상환으로 말이죠.


이 경우 연 이자로만 840만원, 월 70만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15년 균등상환으로 매월 내야 할 원금은 155만원 가량입니다. 매월 225만원의 원리금을 내야합니다.


그러면 생각해보세요. 3%였던 대출금리가 1% 올라 연 4%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경우엔 매월 248만원을 내야 합니다. 연 5%가 된다면 매월 부담액은 272만원이 됩니다.

15년이 너무 과한 것 같아서 20년 원리금균등 상환으로 다시 짜봤습니다. 나머지 조건인 2억 8000만원을 연 3%는 동일합니다. 이 경우에도 원리금으로 매월 내야 하는 돈은 186만원입니다. 연 4%에서는 210만원, 연 5%에서는 233만원이 됩니다.



◇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 기준금리 인상에 직격탄

그럼 이제 미국의 기준금리 이야기를 해볼까요. 미국 기준금리는 한국 기준금리의 바로미터입니다.

왜 그럴까요? 한국에는 외국 투자자본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금리는 올라가고 우리나라 금리가 그대로라면 외국 투자자본은 국내에서 빠져나갑니다. 외국 투자자본에 한국 시장은 더이상 매력이 없는 투자처가 되기 때문이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투자자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등 미국과 비교해 불확실성이 큰 나라입니다.

외국 투자자본이 한국에서 빠져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국내 자본시장은 침체됩니다. 시중에 도는 투자자금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자연히 기업과 가계 소득은 떨어지게 되고, 소비는 줄어듭니다.

결국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 우리나라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는 침체기로 접어들게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걸 막기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인상 시기의 문제일 뿐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빚을 냈던 이들은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지겠죠. 가계부채가 빚폭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게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 국내 시장 전문가들의 미국 금리 인상 전망

그렇다면 국내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시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지난 7일에 나온 증권사 리포트 중에서 발췌했습니다.

미국 금리 인상 시기 관련 증권사 리포트
▶ IBK투자증권 김지나 연구원
= 최근 7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소수의견이 제시된 것을 감안할 때 10월 *테이퍼링 종료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 시점 등 차기 정책에 대한 논의가 연준 내 뿐 아니라 시장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실제 정책이 시행되기 전의 공백기간인 올해 4분기에도 정책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미국 금리는 반등을 재개할 것으로 판단된다.

* 테이퍼링이란?
양적완화 정책(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를 매입하거나 통화를 시장에 푸는 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

▶ BNK투자증권 김경국 연구원
= 우리 시간으로 다음주 금요일(18일) 새벽이면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금리 인상 시기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고, 향후 기준금리 상승 속도 또한 굉장히 더딜 것이라는 점이다.

▶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
= 우리는 8월 고용 지표를 감안했을 때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내년으로 금리 인상을 미룰 경우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도 연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준이 정치적으로 독립 기관이라고는 하나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금융 위기 이후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힘들다. 고용 지표 호조 속에 내년까지 금리 인상을 미룰 이유가 없다.

▶ 삼성증권 허진욱, 김남준 연구원
= 당사는 8월 고용동향의 전반적인 내용이 미국 노동시장의 추가적인 개선을 지지하는 것으로 평가하여 9월 금리인상 전망(확률 50%)을 유지한다.만약 당사의 예상과는 달리 9월에 금리 인상을 보류할 경우 이는 펀더멘털 요인이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12월 보다는 10월 FOMC에서의 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8월 고용지표 발표 이후 시장에 반영된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약 34%로 전일의 30%에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에서도 미 국채 2년물 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 전문가들 "신중해야"

이처럼 시장에서는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 달에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기정사실화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출 기간이 15년, 20년 장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장기 대출자에게 이자 폭탄은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전세로 살다가 대출을 끼고 새 아파트를 마련했는데, 금리 인상으로 자칫 상환 불능에 빠질 수 있다."

신중해서 손해 볼 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여러분의 '대출'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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