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는 빠른 속도를 낼 목적으로 배를 개조하는가 하면, 낚시객들은 이를 알고도 출조를 강행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부산에 사는 김모(31)씨는 지난 6일 돌고래호의 전복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10년 넘게 낚시를 즐겨오며 낚싯배의 위험천만한 운항을 수차례 겪어 온 터라 이번 사고가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에도 낚시어선을 타고 부산 다대포항을 떠나 인근 섬으로 가려던 김씨는 자신의 배를 포함한 수 척의 배가 경주하듯 바다를 내달리는 것을 경험했다.
비슷한 시각 물때를 맞춰 다대포항을 떠난 배들이 물고기가 잘 잡히는 이른바 '낚시 포인트'를 선점하기 위해 위험한 경주를 펼치는 현장이었다.
과속은 물론 출발 전 구명조끼 착용이나 승선원 파악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은 기본.
심지어 일부 선박은 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배를 개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선상 낚시의 경우 어군 탐지기로 파악한 포인트를, 섬으로 이동하는 낚싯배의 경우 승선원들이 원하는 곳을 먼저 선점하려 한다"라며 "물때를 맞추거나 주말 동안의 출조 일정을 맞추기 위해 많은 배가 경쟁하다 보니 위험한 순간을 수차례 겪었다"라고 말했다.
일부 낚시객들의 느슨한 안전 의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무리한 운항의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채 바다로 향하거나 질주하는 배에 몸을 싣는 일부 낚시객의 안전 의식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6일 돌고래호가 전복된 원인은 악천후 속에서 운항을 강행하다가 높은 너울 등을 만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낚시어선의 항해를 관리할 수 있는 규정이나 단속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낚시 어선의 경우 일반 어선에 준하는 음주·약물복용 운항에 대한 단속만 있을 뿐 수십 명의 낚시객을 태운 낚싯배에 대한 별도의 관리 규정이나 단속 활동은 없는 상황이다.
부산해경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낚시어선의 불법 운항 단속 결과는 정원초과 4건, 미신고 낚시어선업 2건 등 모두 9건에 불과했다.
선박 구조 변경이나 개조에 대한 관리 기준이나 단속 활동은 더욱 취약했다.
현행 낚시관리및육성법에 따르면 선박안전기술공단의 안전 검사를 통과한 낚시어선은 일반 어선과 달리 법정 정기검사 의무가 없어 책임보험을 갱신할 때에만 검사를 받으면 된다.
선박 구조 변경에 대한 단속 권한을 가진 해경은 배의 겉모습을 통해서는 개조 선박을 식별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실제로 부산해경이 지난 2년 동안 낚시어선의 구조 변경 등을 단속한 실적은 한 건도 없었다.
부산해경 관계자는 "선박 개조 여부는 외관에서 알 수 없거나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특히 소형 어선의 경우 상시 단속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곳곳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허술한 관리 규정과 단속 활동까지 더해지며, 제2의 돌고래호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