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의 '혁신안 실패' 주장에 상당부분 동조하는 이종걸 원내대표, 박영선 의원, 김한길 전 대표 등과 함께 자연스럽게 비노 세력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에 맞선 세력은 문재인 대표를 위시한 친노그룹과 당 혁신위다. 혁신위는 4.29 재보궐 선거 이후 문 대표의 제안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공생관계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대권 경쟁자였던 안 의원과 문 대표는 '혁신'을 놓고 치열하게 주도권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안철수 의원과 가까운 수도권 의원은 "안 의원이 혁신안에 대해 미흡하다고 보고 당분간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안 의원이 당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대선주자 간 공생적 협력관계에서 비판적 경쟁관계로 재정립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올 연초만 해도 안 의원은 토론회 등 각종 외부행사에서 문재인 대표와 함께 하는 등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큰 균열을 보이지 않았다.
4.29 재보선 과정에서 문 대표 측근인 서울 관악을 정태호 후보 지지 연설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국정원 해킹 사건과 관련해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이라는 당직을 맡기도 했다.
문 대표는 앞서 잇달아 안 의원에게 인재영입위원장과 혁신위원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두 사람간 틈이 크게 벌이진 것은 혁신안에 대한 평가에서 시작됐다. 안 대표는 "국민들이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며 각을 세웠고, 문 대표는 "혁신의 벽돌이라도 하나씩 놓겠다는 마음으로 함께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는 혁신위를 공격했지만, 결국 혁신 실패에 대한 책임이 문 대표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안 대표는 오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풍운동'(야당 바로세우기 운동)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세력화에 나설 공산이 크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친노와 비노 간 싸움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비노 측에선 이종걸 대표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출연해, 안 대표를 옹호했고, 박영선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혁신위가 핵심을 찌르는 혁신안을 발표하지 못한 것 같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친노측에선 아직 혁신안 최종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 안 대표가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린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 대표는 "혁신에 대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방향을 제시해야지, 그저 흔들기만 한다면 혁신의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노 당직자는 "혁신안 실천이 중요하다"며 "공천과정에서 얼마나 참신한 인물을 채우느냐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노 초선 의원은 "더 혁신적이면 반발을 살거고, 또 약하면 약하다고 반발을 살 것"이라며 "안 의원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두 세력이 혁신안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결국은 내년 총선을 '문재인 대표 체제'로 치를수 있겠느냐에 대한 입장차이가 핵심이다. 비노 쪽에서 조기 선대위나 문재인 사퇴론을 거론하고 있지만, 친노 쪽에서는 "그게 대안이 되겠느냐"며 부정적인 기류다.
이달 중순 마지막 혁신안(공천제도 관련)이 나온 이후 당내 갈등은 더욱 비등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혁신안 논쟁이 당의 변화를 이끌기보다 계파 갈등만 키울 경우 야당은 더욱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