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는 일이 기적인 사람들의 '죽음만찬'

'SBS 스페셜'서 시한부 삶 선고 받은 이들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 그려

(사진=SBS 제공)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눈을 뜨는 매 순간이 기적일 것이다. 한순간도 함부로 보낼 수 없는 그들은 최선을 다해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주어진 짧은 시간은 안에서 하고 싶은 말도 남기고 싶은 추억도 많은,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사람들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전한다. 오는 6일(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스페셜에서다.

#1. 지난 2013년, 김병국 씨는 마흔 중반 나이에 폐암 선고를 받았다. 여느 아버지처럼 바쁜 직장 생활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었다. 가족과 소박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이 다급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암은 순식간에 진행됐고 온몸으로 전이됐다. 몸은 쇠약해지고 남게 될 가족 걱정에 마음이 무겁다. 겨우 초등학생인 아들 준호(13)는 아빠가 곧 회복해서 같이 놀아줄 거라고 믿고 있다.

병국 씨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중에 아이에게 힘이 될 추억을 만들기 위해 남은 시간을 쓰기로 했다. 첫 번째 추억여행의 목적지는 부산이다. 온 가족이 함께 기차를 타고 출발했다.

그러나 병국 씨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몸은 짧은 기차여행조차 이겨내지 못했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응급처치를 받았다. 준호의 실망이 컸다. 해변에 나가 혼자 놀면서 서운함을 달래려 했지만,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병국 씨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에게 아버지의 운명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만찬을 선택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 근사한 만찬 자리를 만들었다. 아이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2. 결혼한지 40여 년, 이제는 이별을 준비하는 잉꼬부부가 있다. 세 차례나 되는 뇌종양 수술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김호심(66) 씨의 곁에는 언제나 김성배(73) 씨가 있다. 성배 씨도 혈압이 좋지 않아 언제 어떻게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아내를 챙기느라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다.

하지만 호심 씨는 남편이 더 걱정이다. 자신이 떠나고 홀아비가 될 남편의 생활이 걱정된 할머니는 남편에게 요리법을 전해 주기로 결심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도와주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호스피스 요리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전문 요리사가 도와주지만, 요리법 자체는 할머니가 평소 해주던 집 밥 그대로 하기로 했다. 서툰 솜씨로 할머니의 요리를 배워가며 나누는 만찬, 그 대화의 감동은 깊고도 깊었다.

#3. 미국에 사는 에이미(55) 씨는 유방암 4기 판정을 받은 암환자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우리는 늘 그랬던 것처럼 기쁘게 살고 있어요. 왜냐면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니까요."

그녀는 나아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가족들과 나눈다. 미국에는 이런 선택을 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D.O.D(Death over dinner), 이른바 '죽음 만찬'이다.

이름은 무시무시하지만 뜻은 간결하다. 만찬을 차려놓고 죽음에 대해 대화하면서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완화하고 애도의 과정을 수월하게 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D.O.D는 사회운동가이며 유명 요리사인 마이클 헵이 2013년도에 처음 시작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 약 20개국에서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운동으로 확장됐다.

에이미는 8월 초 D.O.D 초대장을 발송했다. 80대의 부모님 두 분도 초대했다. 20대의 딸도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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