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를 넘어선 검찰과 여권의 '박원순 때리기'

검찰이 이미 무혐의로 결론이 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에 대해 다시 고발이 들어오자 수사에 착수할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른바 ‘박주신 병역법 위반 고발시민모임’이 박 시장의 아들 주신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안2부에 최근 배당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지난 2013년 “사회지도층 병역비리 국민감시단‘이라는 단체가 주신씨를 병역 기피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벌여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4월 주신씨의 병역기피 의혹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금지 가처분결정을 내렸고, 같은해 11월에는 의혹을 제기한 의사 등 7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이다.


'한 번 무혐의 처분이 났다고 해도 고발인이 다르면 다른 사건으로 불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다. 그러나 검찰의 이같은 주장은 아전인수 해석이라 할 수 있다.

검찰은 고발 사건이 들어오면 고발인의 주장 뿐 아니라 관련된 의혹과 혐의에 대한 포괄적인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지난 2013년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도 박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전반적인 수사를 벌인 뒤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도 다시 수사를 해야 한다면 이는 당시 검찰이 부실수사를 했다는 것으로 검찰 내에서 당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수사팀에 대한 징계부터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보수단체를 앞세워 야권인사에 대한 무차별적인 고발을 유도하고 검찰이 고발을 이유로 수사를 하는 잘못된 관행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현 서울시장이 여당 소속이었더라도 검찰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검찰이 국민의 검찰이 아닌 정권의 검찰, 여권의 검찰로 비춰지는 것은 사법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흔드는 일이다. 검찰권의 무리한 행사 의혹이 제기되는데는 최근 박원순 시장에 대한 여권의 강력한 견제와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서울의 내년 총선은 박원순 시장과의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이 직접 출마하지는 않지만 야당의 유력 정치인이자 차기 대선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박 시장을 적극 공략함으로써 다가오는 총선에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치 권력을 둘러싼 여야의 경쟁과정에서 상대당의 유력한 후보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최근 여권의 박원순 때리기는 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의 서울시 운영과 관련한 정책이나 노선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아니라 어거지에 가까운 도덕성 흠집내기를 방조하는 것은 우리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 출신이 서울시장이 됐다고 해서 정부 정책에서 서울시를 걷돌게 하는 것도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국 권역별로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만들면서 모든 지역의 출범식에 직접 참석했지만 유독 서울시의 혁신센터만큼은 참여하지 않았다.

최근 한전부지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1조7천억원의 공공기여금을 강남구가 독식하겠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조차 서울시장이 여당 소속 단체장이었다면 중앙당 차원에서나 정부 차원에서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치단체장의 소속이 어느 정당이냐에 따라 정부의 지원과 정책이 바뀌어서는 안된다. 그러면서 야당에 대해서는 정쟁과 발목잡기를 하지 말고 협력을 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중적 태도가 아닐 수없다.

제대로 된 정치라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데 앞장서 국민을 통합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정치가 국민을 통합하는 기능을 상실하고 편가르기를 통해 내편이면 지원하고 내편이 아니면 흠집내고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정부나 여당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상대편도 포용하고 감싸는 큰 정치를 보여줄 때 국정운영에서 야당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명분도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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