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 무효의 위기에 처했던 조 교육감은 항소심의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되면 교육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공직선거법에는 벌금 100만원 이상이면 당선 무효에 처하고 선거에 들어간 국가 비용을 물도록 돼 있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4일 조 교육감의 항소심에서 허위사실 공표죄에 대해 일부를 무죄로 판단, 벌금 500만원에 처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선고유예를 내렸다.
우선 재판부는 조 교육감이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최초로 영주권 의혹을 제기했던 부분은 1심과는 달리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 교육감이 지난 5월 2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승덕 후보가 미국에서 근무할 때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발표한 것은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의 자질 검증을 위한 문제제기 차원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은 가정적, 유보적 표현을 사용하면서 반대적 존재 가능성 인정하고 상대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유권자들 입장에서도 확정된 명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며 "주변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고승덕 후보와 자녀들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식의 단정적 표현이 아니라 "제보에 따르면", "의혹이 있다", "해명을 바란다"는 식의 가정적인 표현을 썼고, 상대에게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차원이었기 때문에 선거과정에서 공적인 토론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할 중요한 영역은 정치적 토론이나 공방이고 가장 활발이 이뤄지는 것이 선거"라며 "상호비판과 검증은 선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지고, 상호간의 토론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선거 과정의 표현의 자유를 중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희연 캠프가 5월 26일 '고승덕 후보님께 드리는 답신'이라는 글을 통해 2차로 추가 의혹을 제기한 부분은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 글에는 "저의 캠프에 제보된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고 후보님께서는 몇 년 전 공천에서 탈락하신 뒤, '상관없습니다. 저는 미국 영주권이 있어서, 미국 가서 살면 됩니다'라고 말씀하고 다니셨다고 합니다. 고 후보님의 말씀을 들은 분들 가운데는 고 후보님의 지인들과 언론인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재판부는 이같은 표현이 단정적이고, 고승덕 후보에게 확인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위의 표현도 "정황 증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 증거의 양을 과장하고 단정적인 표현을 한 것이다. 또한 선거 8일이 남을 때여서 상대 후보자도 즉시 반론을 가질 수 있었다"며 "상대후보에 대한 무분별한 의혹제기나 일방적인 흑색선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선고유예를 내렸다.
1심과는 달리 교육감직이 유지되는 선고유예 판결에 내려지면서 조 교육감과 지지자들은 환영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 대법정에서 주문이 내려지자 지지자들과 관계자들이 일제히 환호했으며, 일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선고 직후에 "선거과정에서 더 섬세하고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했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유죄 판단을 내린 부분도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앞으로 교육감직 수행에 있어 더욱 섬세하고 신중하게 노력하겠다. 서울 아이들을 위한 마음으로 겸손한 자세로 매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고승덕 후보에게 심심한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승덕 후보와 선거 공간에서 경쟁자로 만나다 보니 불편한 관계로 이어졌다. 다른 국면에서 앞으로 협력자로 만나길 바란다. 다른 국면에서 건승하길 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검찰은 무죄가 난 부분에 대해 곧바로 상고하겠다고 밝혀,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