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시진핑 앞 '서열 놀이'…이기면 통쾌할까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북한 최룡해(사진=중국 CCTV 영상 캡처)
"앞줄 말석이 좋은가요, 뒷줄 상석이 좋은가요"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때 북한 최룡해 당 비서가 받은 의전예우를 묻는 농반진반 질문에 외교 당국자는 잠시 머뭇거렸다.

최룡해는 중국 측의 배려로 맨 앞줄에 앉았지만 대신 가장 끝자리에 배정됐던 것이다.

잠시 후 재치있는 대답이 나왔다. “개인 취향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외교전이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청와대는 한미동맹 균열 위험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로 북핵 문제를 들었다.

중국의 대북 지렛대 역할이 크고 한반도 통일에 적극적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함께 성루에 있다.(사진=중국 CCTV 영상 캡처)
실제로 중국은 박 대통령의 이런 기대에 부응해 최고의 예우로 대했고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발신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의미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합의한데 이어 다음 주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방한해 회담 재가동을 모색하게 된다.

이쯤 되면 북핵 외교 성과로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청와대는 기어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충수를 두고 있다.

박 대통령이 중, 러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주빈 역할을 한 것은 높이 평가 받아 마땅하지만, 북한의 지금 신세와 비교해 자극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과거 북한 김일성 주석이 섰던 자리에 남한 정상이 올라서 있고 북한 사절단 대표는 구석자리로 밀려나 있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이는 없다.

그러나 ‘원래 자리’를 빼앗긴 그들의 상실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그들은 우리와 한 핏줄이고 언젠가 통일을 이뤄야 할 대상이다.

남의 집 잔치에 와서까지 형제간 우열을 다투고 깎아내리기까지 하는 것은 너무나 꼴사나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북한을 최우방국 중국의 안마당에서까지 구석으로 몰아붙인들 무슨 실익이 있을까.

갓 시작된 남북대화 국면은 이미 냉각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DMZ 도발사태’라고 했다.

이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3일 ‘극히 무엄한 궤변’이라고 비난했고 통일부는 4일 유감 표명으로 받아치며 형세가 다시 거칠어지고 있다.

전승절 외교의 1차 목표가 북핵 해결이고 통일 준비였음을 감안하면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다.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에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중국 노병이 경례하고 있다. (사진=중국 CCTV 영상 캡처)
남북이 이처럼 티격태격할 때 천안문 광장에선 대만의 항일 노병들이 중국 인민해방군 장병들과 함께 행진해갔다.

중국인들에게 배웠으면 하는 전승절의 명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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