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중국 전승절 때 북한 최룡해 당 비서가 받은 의전예우를 묻는 농반진반 질문에 외교 당국자는 잠시 머뭇거렸다.
최룡해는 중국 측의 배려로 맨 앞줄에 앉았지만 대신 가장 끝자리에 배정됐던 것이다.
잠시 후 재치있는 대답이 나왔다. “개인 취향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외교전이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청와대는 한미동맹 균열 위험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로 북핵 문제를 들었다.
중국의 대북 지렛대 역할이 크고 한반도 통일에 적극적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의미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합의한데 이어 다음 주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방한해 회담 재가동을 모색하게 된다.
이쯤 되면 북핵 외교 성과로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청와대는 기어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충수를 두고 있다.
박 대통령이 중, 러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주빈 역할을 한 것은 높이 평가 받아 마땅하지만, 북한의 지금 신세와 비교해 자극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과거 북한 김일성 주석이 섰던 자리에 남한 정상이 올라서 있고 북한 사절단 대표는 구석자리로 밀려나 있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이는 없다.
그러나 ‘원래 자리’를 빼앗긴 그들의 상실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그들은 우리와 한 핏줄이고 언젠가 통일을 이뤄야 할 대상이다.
남의 집 잔치에 와서까지 형제간 우열을 다투고 깎아내리기까지 하는 것은 너무나 꼴사나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북한을 최우방국 중국의 안마당에서까지 구석으로 몰아붙인들 무슨 실익이 있을까.
갓 시작된 남북대화 국면은 이미 냉각되고 있다.
이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3일 ‘극히 무엄한 궤변’이라고 비난했고 통일부는 4일 유감 표명으로 받아치며 형세가 다시 거칠어지고 있다.
전승절 외교의 1차 목표가 북핵 해결이고 통일 준비였음을 감안하면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다.
중국인들에게 배웠으면 하는 전승절의 명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