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행 열차 탔더니 정차한 곳이 '헝가리 난민캠프'

3일(현지시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독일 등의 서유럽권으로 이동하려는 난민들과 헝가리 당국 간 갈등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헝가리 경찰은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에서 오스트리아 등으로 출발한 기차가 부다페스트 서부지역 '공식 난민캠프' 인근에 도달하자 기차를 세워 탑승해있던 난민들을 몰아냈다.


난민들은 열차가 당초 목적지 대신 난민캠프 인근 비츠케 역에 멈추자 필사적으로 하차를 거부했다.

하지만 플랫폼에 줄지어 있던 경찰이 난민들을 끌어내리려 하면서 실랑이가 격화됐고, 이 과정에서 일부 난민들은 열차 선로에 드러누운 채 항의하거나 체포되기도 했다.

서유럽행이 가로막히자 난민들 일부는 결국 부다페스트의 노숙 텐트촌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난민들은 일단 헝가리 당국의 난민캠프에 들어가게 되면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 망명 신청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캠프행을 꺼리고 있다.

헝가리 의회는 헝가리에서 독일 등으로 향하는 난민들을 막을 방법으로 국경 수비를 강화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표결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난민캠프를 더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현 사태를 누고 "독일의 문제"라고 표현하며 "난민들이 가고자 하는 곳은 독일"이라고 못박았다. 헝가리가 이들을 책임지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금 명확히 전달한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시리아 난민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겠다며 나랏문을 활짝 연 것에 대해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앞서 독일은 올해 난민을 80만 명까지 대대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난민할당제를 통해 난민을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헝가리나 영국 등은 이 의견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에 룩셈부르크 장 아셀본 외무장관은 이날 독일 방송에 출연해 "헝가리 총리는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한편 시리아 난민인 3살 아동의 시신이 터키 섬 해안가에서 발견되면서 유럽 내 난민 사태 해결 촉구 여론은 어느 때보다 드높아 지고 있다.

영국은 기존의 입장을 하룻밤새 뒤바꿔 난민을 수천 명 이상 받아들이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 유럽의회는 그리스 코스섬을 찾아 현지에 머무르고 있는 난민들의 규모 및 애로사항을 전면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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