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는 3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정종섭 장관과 서병수 부산시장, 부산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방재정 개혁 시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행자부는 이 자리에서 지방세 확대와 비과세 감면율 조정, 국고보조금 확대 등으로 재정 확충에 힘썼으나, 사회복지비 부담 증가와 지방재정의 낭비· 비효율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지자체의 재정 책임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이날 토론회 환영사를 통해 "복지수요 증가와 세수 감소 추세가 지속되면서 지방정부 재원 확충 노력과 함께 재정 개혁의 필요성도 커졌다"면서 "주민이 행복해지는 지방자치가 되기 위해서는 세금을 적절히 사용했는지 감사와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자부는 앞으로 행사와 축제성 사업의 재정지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보통교부세와 연계한 인센티브나 패널티를 확대해 지자체의 자구노력을 유도하는 한편, 지방공기업 혁신을 강제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예산 낭비만 강조할 뿐 지방재정의 근본문제를 간과하고 균형감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토론자로 나선 부경대 이남국 교수는 "정부가 부산시에 배분하는 지방교부세 비중은 지난 2005년 이후 10년 넘게 19.24%로 유지되고 있다며, 이를 늘여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지방재원 확충을 주문했다.
국제신문 조송현 논설위원도 "지방재정의 압박 원인은 국세와 지방세의 불합리한 비중과 정부의 복지비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긴 데 있다"며 "중앙정부도 고통을 분담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지방자치제 실시 20년이 넘도록 80대 20인 반면, 재정 사용액은 국가와 지방의 비율이 40대 60 정도로 유지되고 있어 이를 개편할 필요를 제기한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10년전에 이미 총연장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엄청난 예산을 들여 고속도로를 늘리고 있다. 정부의 석탄합리화 사업 같은 것도 수천억 원을 투입했는데 여전히 제대로 되는게 없고, 행자부가 추진해온 접경개발 사업 역시 수천억 원을 몇십 년째 쏟아붓고도 접경지역 인구는 오히려 감소하는 등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막대한 규모의 재정 비효율 사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에 불과한 지자체의 축제성 예산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양은진 세무법인 인성 대표는 "보통교부세는 정부 보조금이 아닌 지방정부의 자주재원 성격이 강한데 이를 늘리지는 않고 인센티브나 패널티 도구로 쓰겠다는 것은 지방정부에 대한 통제와 억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의 톤을 높였다.
또 "정부가 대통령 공약사항 등 각종 복지 시책에 지방정부 재원을 동원하면서 지방재정이 파탄나고 지방자치가 원천봉쇄되고 있다"며 "재정의 자주성 없이 지방자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방재정 개혁이 아니라 지방재정조정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시 재정 집행의 투명성은 부산시민이 감시할테니 행자부는 복지사업의 전체적인 재정 책임을 국가가 지고 서비스는 지방정부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을 비롯해, 지방교부금과 국고보조금 제도 개혁 작업에 나서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 지방재정 개혁의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지방정부 재원 확대 요구는 물론 지금 개혁이 시급한 것은 중앙정부의 재정 효율성 문제라는 반격이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