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라오스전의 ‘숨은 영웅’은 바로 너!

정확한 패스와 넓은 시야로 공수 맹활약

8-0의 기록적인 점수로 승리를 거둔 라오스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2차전의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이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등번호 14번)은 숨은 MVP였다. 박종민기자
불과 두 달 전의 호언장담은 틀리지 않았다. 정우영(비셀 고베)은 ‘슈틸리케호’의 중심과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다.

3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한국과 라오스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2차전. 이 경기는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토트넘)과 A매치 데뷔골을 포함해 2골을 뽑은 권창훈, 그리고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한 홍철(이상 수원)에 대부분이 시선이 모였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고도 빛날 수 없었던 선수도 있다. 바로 정우영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공격에 무게를 둔 4-1-4-1 전술로 경기하며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전진 배치된 가운데 정우영은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아 묵묵히 자기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 6월 미얀마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1차전을 앞두고 생애 처음으로 축구대표팀에 발탁된 정우영은 “대표팀에 내 역할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소속팀에서 하던 대로 대표팀에서도 자신 있게 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유럽 무대에서 검증이 끝난 기성용이라는 확고한 주전이 버틴 포지션이지만 정우영 역시 일본 J리그에서 주장을 맡을 정도로 기량과 인성 면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은 선수라는 점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장점이었다.

결국 정우영은 대표팀에 살아남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라오스, 레바논과 월드컵 예선 2, 3차전에 정우영을 소집했다. 정우영은 단순히 소집에 그치지 않고 3일 열린 라오스와 경기에 선발 출전해 4-1-4-1 전술의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소화했다. TV중계나 기록상으로는 주목받지 못하지만 정우영의 존재는 8-0 대승의 든든한 기반이 됐다.


◇정확한 패스와 넓은 시야, 정우영의 맹활약 비결

정우영을 중심으로 V자 모양으로 포진한 미드필더는 쉴 새 없이 패스를 주고 받으며 라오스와 중원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V자의 꼭지점에 선 정우영은 상대 역습을 저지하는 1차 방어선이자 공격이 시작하는 시발점이었다. 라오스 수비를 위축시킨 넓은 공간 활용의 중심에는 정우영이 있었다. 넓은 시야로 좌우로 넓게 벌리거나 전방을 향해 날카롭게 파고드는 패스를 통해 모든 공격은 정우영의 발 끝에서 시작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앞서는 한국은 라오스를 좌우 측면부터 무섭게 흔들었다. 양쪽 측면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긴 패스에 라오스 수비는 점차 중앙으로 모여들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공간이 발생했고, 측면에 배치된 손흥민과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 홍철 등의 맹활약이 가능했다.

정우영은 비단 수비적인 역할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여러 장면에서 자신이 가진 공격적인 재능을 보여줬다. 이 경기에서 정우영은 강력한 중거리슛과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라오스의 골대를 두 번이나 맞췄다. 골까지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정우영의 날카로운 킥력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뿐 아니라 정우영은 전반 12분에 터진 손흥민의 골이 만들어지는 장면의 시작이었다. 정우영의 패스를 시작으로 홍철과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패스는 단 5차례의 터치로 골까지 연결됐다. 상대 수비를 관통하는 정우영의 패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기 후 만난 정우영은 “나는 뒤를 받치는 역할이다. 상대 역습 차단에 집중했고, 그 다음은 (기)성용이 형과 (권) 창훈이가 공격할 수 있도록 빌드업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이날 경기에서 맹활약한 비결을 털어놨다. 이어 “레바논 원정이 굉장히 힘들다고 들었다. 경기에 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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