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통폐합 인센티브에 학생 수를 연계시킴으로서, 그동안은 농어촌이나 산간벽지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학교 통폐합이 도시 지역에서도 가속화되게 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방교육재정 효율화 방안 후속조치 관련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계획' 자료에 따르면, 학교 통폐합 인센티브는 통폐합 되는 학생 수와 연계하도록 돼 있다.
자료에 따르면, 학교를 통폐합하고 인근에 새로운 학교를 세울 경우(신설대체) 교육청에 교부되는 인센티브는 지금은 학생 수에 상관없이 30억원이다.
하지만 개선안이 시행되면 학생 수가 60명 이하인 학교를 없앴을 때는 30억원, 61~120명인 학교를 없애면 40억원, 120명이 넘는 학교를 없애면 50억원을 받을 수 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생 수 60명 이하의 학교를 없애면 80억원, 61~120명인 학교의 경우 90억원, 120명을 초과할 경우 100억원을 받는다.
결국 학생 수가 많은 학교를 통폐합하면 지방교육청은 더 많은 재정을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신도시를 제외하더라도 농어촌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많은 도시지역의 중소 학교까지 빠르게 통폐합을 유인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 7월 논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통폐합 정책은 지방교육재정의 효율화 방안으로 각 학교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는 등 교육 환경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학교통폐합과 같은 세출 효율화에 대한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학교 통폐합 시 인센티브를 교부하는 정책은 이미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정부가 교육의 공적 역할은 배제하고 재정효율성이나 이윤 등 경제적인 논리만 따져 통폐합 정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명 '작은 학교'가 단순히 교육의 역할 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을 붙잡아 지역 사회를 유지시키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도 들고 있다.
이러한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인센티브 정책을 실시하는 것도 모자라 학생 수 기준을 세분화해 통폐합 인센티브와 연계시킴으로서, 보다 공격적으로 학교통폐합 정책을 실시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송재혁 대변인은 "과거에는 소규모 학교라 하면 60명 정도를 기준으로 했는데, (자료에서는) 통폐합 기준 인원을 120명까지 언급하고 있다"면서 "통폐합 정책을 농어촌 지역 뿐 아니라 수도권 학교 등 전국적인 의제로 넓혀, 학교 통폐합 정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농어촌 죽이기란 비난을 회피하면서 경제적인 논리에 의한 학교 수 구조조정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정진후 의원실에 따르면,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8월 초 강서구의 공진중학교(4월 1일 현재 197명)와 송정중학교(4월 1일 현재 296명)를 통폐합하고 인근에 중학교를 신설하기로 결정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학부모들은 지원금을 받으려 굳이 시급하게 이전할 필요가 없는 두 학교를 통폐합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정부는 4대 개혁이라며, 지방교육재정 개혁이라며, 통폐합에 정성을 쏟고 있다”며, "선생님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는 학교 살리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박근혜 정부는 학교 없애기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라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