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정상회담 종료 후 배포한 보도자료의 한 구절이다.
청와대는 한중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항을 8개 항목으로 정리한 뒤 9번째 항목에서 “박 대통령과 시 주석 간에 통일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적시했다.
청와대가 논의된 주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거론하지 않으면서 다만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힌 것은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평소에 하기 어려운 긴밀한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그런 사실을 꼭 대외에 알리고 싶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북중 관계에서 비춰본다면 중국 정상이 한국의 대통령과 통일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사실 불편하고 어색한 일임이 분명하다.
그런 금기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일 대화는 동시통역에 따라 34분 동안 집약적으로 정보가 오간 공식 회담 보다는 1시 4분 동안 진행된 특별 오찬 회담에서 보다 자연스럽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오찬 회담은 보통은 마주보고 개최되는데 이번에는 양 정상 간에 보다 심도 깊고 내밀한 의견 교환을 위해 나란히 앉아서 오찬을 하도록 됐다”는 것이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의 말이다.
북한이 빠진 상황에서 한중 정상이 한반도 통일에 대해 허심탄회하고도 내밀한 대화를 나눴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평가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이런 질문에 주철기 수석은 “두 분께서 주로 따로 나누신 얘기가 되겠다”며 “그것을 다 파악해서 현재 밝힐 것은 안 되고 여러 가지 의제를 놓고 얘기를 나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일단 한중 정상은 공식적으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의미 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통일에 대한 입장도 과거와 큰 차이는 없다. 우리 측이 “한반도가 분단 70년을 맞아 조속히 평화롭게 통일되는 것이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중국 측은 “한반도가 장래에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이런 공식적인 맥락을 떠나 두 정상 간에 “심도 있는 대화가 있었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통일에 대한 박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 피력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남북합의를 거론하며 "이번 합의를 잘 지켜나간다면 분단 70년간 계속된 긴장의 악순환을 끊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협력의 길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남북협력 또는 남북관계 개선의 단계를 거쳐 평화 통일을 최종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도 이같은 한반도 평화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의 평화 통일은 중국 등 주변국들에게도 경제적으로 ‘대박’이며, 통일이 이뤄져야 궁극적으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담보될 수 있다는 설명이 있지 않았겠냐는 추정이다.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통일 발언’은, 남북의 힘 관계를 따져 유리할 때는 민족의 통일을 강조하면서도 수세에 몰릴 때는 거꾸로 국가 대 국가의 관계를 강조하는 북한의 통일 정책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10월 한미정상회담, 11월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서도 같은 주제의 통일 외교를 가속화할 태세이다.
한반도 평화 통일 문제를 놓고 박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시 주석이 3일 북한 김정은 제 1비서 대신 열병식에 참석한 최용해 비서 일행에 어떤 메시지를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