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놓인 '시한폭탄'…관리에 손놓은 교육당국

시교육청, 학교장에 병원치료 강제 권한 부여 추진

부탄가스 폭발로 한 중학교의 벽이 무너졌다. (사진=해당 중학교 학부모 제공)
학교 교실에서 부탄가스 폭발 사건을 일으킨 중학생이 앞서 재학 중인 학교에서도 '묻지마' 범행을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해당 학교와 교육당국은 학생 관리에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서초구 A중학교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경찰에 붙잡힌 이모(16)군은 2학년이 된 지난해 초 양천구 B중학교에서 A중학교로 전학했다. 가족이 이사를 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군의 정신적 문제를 진단하는 '정서행동 특별검사' 결과는 함께 건너가지 않았다.

정서행동 특별검사는 1년 전인 1학년 때 받았고, 그 결과가 고위험군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A중학교 관계자는 "2학년 때 전학왔기 때문에 1학년 때 검사한 결과가 B중학교에서 넘어오지 않았다"며 "학생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전학 때 함께 해당학교로 넘어가는데, 이군은 고위험군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군은 몇 달이 지난 6월 A중학교에서 화장실 휴지통에 방향제를 넣어 불을 지른 뒤, 물총으로 만든 화염방사기로 휘발유를 발사해 불을 키우려고 시도했다.

화재가 커지기 전 발각된 이군은 조사에서 "도서관 통로를 모두 잠그고 아이들이 뛰쳐 나오면 흉기로 찌르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건 이후 학교가 취한 조치는 이군 부모에게 병원 입원 치료를 권한 것이 전부라는 점.

사건을 보고받은 시교육청 역시 병원 치료를 조치하라고 학교에 전달했을 뿐, 대응책 마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군은 아무 일 없는 듯 대안학교로 또다시 옮기던 지난 1일 B중학교에서 부탄가스 폭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정신적 문제가 있는 학생을 미리 관리하지 못하는 교육 체계와 문제가 드러나도 손을 놓고 있는 현실이 폭탄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뒤늦게 병원 치료를 강제할 권한을 학교장에게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학교장이 정신적 질환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도 학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학부모가 거절하면 강제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은 폭탄이 되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징후를 보이는 학생에 대한 정확한 현황 파악과 체계적 관리 방안 마련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국대학교 박종효 사범대학 교수는 "학생들의 분노가 높아진 것이 교육 현실"이라며 "반사회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줄일 수 있는 정서조절 프로그램이나 체험활동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상담교사 충원 등 인적·물적 지원을 통해 학교가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책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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