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박 대통령 극진 환대, 결국 사드 배치 때문"

열병식 참관, 주권 국가 수반으로 잘한 결정

-한중 경제협력관계 발전 위해 열병식 참가한 것
-시진핑 단독 오찬과 열병식 앞자리 초대 등 환대
-중국, 한중 정상회담의 목표는 사드배치 반대
-그동안 사드 배치문제로 한국에 계속 시그널 보내
-시진핑, 단독 오찬 중 사드 배치 반대 요청했을 것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9월 2일 (수)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 정관용> 박근혜 대통령 지금 중국에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이어서 1:1 특별오찬까지 거의 두 시간 가까운 독대를 했고요. 만남 뒤에 시진핑 주석은 ‘한중이 역대 최상의 우호관계로 발전했다’ 이런 평을 남기기도 했죠. 오늘 정상회담 결과의 득과 실 또 최근 급변하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까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직접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정세현> 네, 오랜만입니다.

◇ 정관용> 여쭤볼 게 많으니까 단도직입적으로.

◆ 정세현> 그러세요.

◇ 정관용> 박 대통령 중국 가서 열병식 참관하는 것 찬반논란 많았어요. 잘 갔습니까?

◆ 정세현> 저는 잘 갔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이유는요?

◆ 정세현> 이게 한중간의 관계가 요즘 경제중심으로 심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 경제가 사실은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서 흑자를 내면서 발전을 해 가고 있는데 앞으로 한중 경제협력관계를 더 심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국 측이 바라는 열병식 참가, 그것 해줘야죠. 물론 미국에서는 안가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주권국가의 대통령으로서 그런 외교행보를 미국이 못 가게 한다고 해서 안 갈 수는 없는 거고.

◇ 정관용>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그런 말을 안 했다고 하는데요.

◆ 정세현> 물론 그런 식으로 하죠. 언제든지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고 치고 빠집니다. 논 페이퍼(NON PAPER)라는 것도 있잖아요. 슬그머니 수신, 발신 없는 종이 한 장 갖다 주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근거가 어디 있느냐?’ 하는 식으로 발을 빼고 그러죠.

◇ 정관용> 아무튼 미국도 일본의 태도로 봐서는 못마땅해 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러나 가는 게 맞았다. 중국도 그래서인지 상당히 특별한 대접을 하는 건 맞죠?

◆ 정세현> 물론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열병식 참가를 계기로 해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기로 결정을 했고 그 정상회담에서 나름대로 목표가 있죠. 나중에 얘기를 하겠습니다마는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이렇게 의전이라든지 특히 내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병식을 할 때 자리를 제일 좋은 자리에 세운다는 것 아니에요? 그거 공짜 아닙니다. 더구나 단독오찬을 했다는 것. 내일 열병식에 설 때 제일 높은 자리죠. 거기에 세운다는 것이.

◇ 정관용> 공짜가 아니라면 뭡니까?

◆ 정세현> 내놓으라는 거죠. 바라는 게 있다는 거죠.

◇ 정관용> 뭘요?

◆ 정세현> 사드죠. 사드배치 이거 하지 말아 달라. 작년 6월에 시진핑 주석이 와서 직접 얘기를 했고, 그 이후에 주한 중국대사가 얘기를 했고. 금년 4월에 중국 국방부장이 와서도 얘기를 했고. 또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를 보내서도 이건 사드를 배치하면 한중관계가 앞으로 불편해질 수 있다, 복잡해진다 하는 경고까지 했기 때문에 이번에 아마 10월에 예정되어 있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이 문제가 논의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 전에 뭔가 쐐기를 박아놓으려고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을 융숭하게 대접한다고 저는 봅니다. 중국 사람들이 뭐 한국이 자기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서 그러겠습니까?

◇ 정관용> 그런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의 분석은 미국의 압력과 입김 때문에 중국은 지금 이번 열병식과 전승절 기념식에 많은 정상을 부르고 싶었는데 상당수가 안 갔다는 것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와준 것에 대한 답례의 표시로 이런 특별대접을 한다, 보통 그렇게만 이해를 했는데 답례만이 아니라 이거죠?

◆ 정세현> 그렇죠. 미국은 어차피 오지 않을 거고 일본도 올 수 없고, 나머지 유럽에 있는 국가들이 올 수는 있죠. 그러나 지금 동아시아에서 볼 때 중국이 동아시아에 위치하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의 여러 가지 군사, 외교,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만큼 비중이 높은 나라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점에 있어서 다른 나라가 왔어도 한국 대통령이 대접은 받을 수 있게 돼 있었습니다. 물론 1번 자리에 서느냐, 2번 자리에 서느냐 하는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건 2번 자리에 섰다 할지라도 융숭한 대접을 하고 사드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강하게 시진핑 주석이 얘기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오늘 오찬회담에서 벌써 얘기를 했으리라고 저는 봅니다.

◇ 정관용> 지금 청와대 발표문이나 어디에도 그런 보도가...

◆ 정세현> 그건 안 나오죠. 또 그건 안 나오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한미정상회담이 10월 16일에 있고 또 9월 말에 미중정상회담이 또 열리게 돼 있는데 그런 상황에 9월 2일자 베이징 한중정상회담에서 그렇게 결론 났다 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 외교 입지에도 도움이 안 되죠.

◇ 정관용> 그러니까 사드배치 말아달라고 강력 요청했을 것이다?

◆ 정세현> 그렇죠.

◇ 정관용> 박 대통령은 뭐라고 답변했을까요?

◆ 정세현> 뭐, 중국 측의 입장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우리도 고민을 하겠다 하는 정도로 얘기를 해야죠. 그야말로 NCND(neither confirm nor deny)로 나가야지 그리고 막판에 가서 그걸 결론을 내려야지, 그리고 또 우리가 그것 관련해서 미국과 딜을 해야 될 건도 있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그렇기 때문에 중국 얘기에 무조건 끌려갈 수 없고.

◇ 정관용> 그렇다고 배척할 수도 없고?

◆ 정세현> 배척할 수도 없고. 한미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는 NCND로 가는 게 좋습니다.

◇ 정관용> 중국의 극진한 대접 속에는 사드가 있었을 것이다, 그 말씀이군요. 일단 보도된 바로 또 청와대가 발표한 걸로 봐서는 ‘양국 정상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 이런 데 뜻을 같이 했다’ 이런 게 지금 보도가 막 되고 있거든요. 이게 아무래도 최근에 지뢰도발 그리고 상호포격, 준전시상태 이게 막 떠올라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 아닙니까? 이 대목은?

◆ 정세현> 그렇죠. 아니 그러기 전에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오전 도착하자마자 정상회담에서 지난번 8.25합의 타결과정에서 중국이 일정한 역할을 한 걸로 전제하는.

◇ 정관용> 감사의 표시를 했죠.

◆ 정세현> 물론 중국 혼자서 그렇게 영향력을 작용했다고 저는 보지 않고 우리 쪽에서는 또 미국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봅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 회담장 밖에서 계속되고 있는 소위 군사적 긴장조성행위, 이것이 회담이 결렬되는 경우에는 결국 뺐던 칼을 그냥 칼집에 넣을 수 없기 때문에 뭔가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리라고 보고 미국은 미국대로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를 해라. 말하자면 사과재발방지 이것 꼭 받아내려고 하다 보면 큰일 나는 수가 있으니까 유연하게 나가라. 그래서 뭐라고 합니까? 유감표명. 과거 선례가 다 유감표명으로 끝났어요. 과거 선례 정도로 했으면 좋겠다 하는 식으로 권고가 있었으리라고 생각이 되고 비슷한 얘기가 아마 중국 측에서도.

◇ 정관용> 북한 쪽을 향해서?

◆ 정세현> 왔으리라고 생각하는데 강도는 아마 미국에서 우리한테 보내는 것보다는 중국 측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 강도는 좀 약했을 거예요. 어쨌건.

◇ 정관용> 그건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정세현> 우리는 미국 말을 잘 듣죠.

◇ 정관용> 네.

◆ 정세현> 북한은 중국말을 그렇게 잘 안 듣습니다, 솔직히.

◇ 정관용> 그리고 요즘 관계가 매우 또 안 좋지 않습니까?

◆ 정세현> 그러나 중국으로서도 자기네 입장을 전달하는데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는 경우에 다른 여러 가지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그런 어떤 암시를 해가면서 말하지 않았겠어요? 외교라는 게 다 그런 거죠.

◇ 정관용> 당근과 채찍이죠, 뭐.

◆ 정세현> 그렇죠. 채찍을 보이면서 당근을 내놓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미 그런 얘기를 했고 앞으로 다시 긴장을 조성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로 했다는 건 중국이 우리한테 부탁한 거라고 봐야죠.

◇ 정관용> 아, 그래요?

◆ 정세현> 합의를 잘 이행해서 또 이렇게 복잡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한국이 좀 상황관리를 해 달라 하는.

◇ 정관용> 중국이 북한에 대해 경고한 그런 발언으로 볼 수는 없습니까?

◆ 정세현> 그런 의미도 있죠. 물론 그런 의미도 있지만 그게 어느 한쪽만 가지고 긴장이 조성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쪽에도 북한이 일을 벌여서 긴장이 조성될 수도 있고 또 우리가 상황관리를 잘 못해서 북한이 거기에 반발하면서 긴장조성으로 이렇게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쌍방과실이죠.

◇ 정관용> 그리고 남북관계는 좀 이따 또 집중적으로 짚도록 하고요.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한국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이것 의미 있는 것 아닙니까? 일단 오늘 한중이 합의를 한 셈인데요.

◆ 정세현> 의미가 있죠. 그런데 중국은 사실은 일본과 만나는 것에 대해서 우리보다는 조금 덜 내켜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사 문제뿐만 아니라 일본이 지금 완전히 미국 쪽에 딱 서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 견제해서 들어오는 그런 일을 벌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번에 열병식을 우리 언론에서는 중국의 군사굴기라고 표현을 하던데 일본의 군사궐기가 이미 일어났습니다. 지난 4월 28일에. 미일안보협력지침...

◇ 정관용> 집단적 자위권.

◆ 정세현> 집단적 자위권 행사할 수 있도록 동맹국인 미국의 군대를 지원한다는 명목만 붙일 수 있으면 한반도는 물론이고.

◇ 정관용> 어디든 간다는 것 아닙니까?

◆ 정세현> 북극해까지도 갈 수 있게 이렇게 되어 있는데 그런 점에서는 일본 자위대의 해외출병 그리고 해외출병뿐만 아니라 군사적 행동을 이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족쇄가 그런 식으로 됐기 때문에 그게 사실은 일본의 군사굴기였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군사적으로 굴기하고 있는 일본을 지금 중국이 내심 못마땅해 하기 때문에 우리가 과거사 문제 때문에 중국, 일본과 안 만나려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아마 이렇게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해서 한국과 일본 사이의 관계가 지금보다는 좀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저는 미국이라고 생각해요.

◇ 정관용> 미국이죠.

◆ 정세현> 미국이죠. 그러니까 미국의 강력한 권고로 지금 한중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방문해서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요. 그런 점에서는 한국 대통령이 요구하는 것하고.

◇ 정관용> 그 대목은 중국이 들어준 셈이다?

◆ 정세현> 들어준 셈이죠. 그런데 그것도 역시 중국이 우리한테 뭔가 받아낼 필요가 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대급부에서 그렇게 적극적으로 협조했으리라고 저는 봅니다.

◇ 정관용> 그것도 또 사드다?

◆ 정세현> 뭐, 다 연결이 되어 있죠. 사드는 지금 중국으로서는 치명적인 거거든요.

◇ 정관용> 미국은 오래 전부터 한일 간의 과거문제 좀 정리하고 잘 좀 가라. 계속 그렇게 압박을 해 왔어요.

◆ 정세현> 그렇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사진=자료사진)

◇ 정관용> 그리고 일본도 계속해서 한국을 만나고 싶어 했고요. 그러나 우리의 국민정서 등등 때문에 한일관계가 계속 교착상태에 있었는데 최근에 아베담화 등등에서도 별로 나아진 건 없습니다마는 그러나 만나는 것은 역시 그 배경에는 미국이 있다?

◆ 정세현> 그렇죠. 그리고 또 미국의 그런 권고내지는 압력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가 지리적으로 아주 가까운 일본과의 관계를 이렇게 냉랭하게 끌고 가는 것은 국가이익에 도움이 안 됩니다.

◇ 정관용> 우리 이익도 있다?

◆ 정세현> 그렇죠. 과거사 문제는 이건 외상장부처럼 들고 있고 절대로 소각하거나 어디 버리면 안 돼요. 외상장부처럼 들고 있고 수시로 이건 외상 갚으라는 얘기를 하면서 기타 과거사 문제 말고 경제, 과학기술, 문화, 교육 등등에 있어서 한일 간에 협력해야 될 영역이 얼마나 많습니까?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정세현> 그래서 이것은 사실은 투트랙(Two-track)으로 갔었어야 해요. 이걸 완전히 올인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분명한 사과가 없으면 정상회담은 없다 하는 식으로 나왔던 것이 잘못됐던 거죠.

◇ 정관용> 한중정상회담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 합의한 것 그리고 박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하는 것, 그 속에는 모두 다 미국이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이야기들이 이 자리에 있다.

◆ 정세현> 그렇죠. 미중 사이에 여러 가지 밀고 당기는데 우리가 중간에서... 뭐라고 할까요? 미국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측면도 좀 있고 또 중국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껄끄러워하지만 베이징을 가신 것도 사실은 또 미국의 대리인 역할로도 가기도 하는 거니까.

◆ 정세현> 그렇죠.

◇ 정관용> 참 외교라는 게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거로군요.

◆ 정세현> (웃음)

◇ 정관용> 오늘 말씀을 들어보면 중국 가신 것도 그렇고 한중일정상회담 합의해내는 것도 그렇고 박근혜 대통령이 잘 하고 있네요.

◆ 정세현> 이번에는 잘 하고 있어요.

◇ 정관용> 정세현 장관께서 그동안 잘 한다고 통 안 하셔서 제가 좀 의미부여를 하는 겁니다.

◆ 정세현> 이번에 8.25합의 나온 뒤부터는 제가 조금 높게 평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정관용> 자, 바로 그 대목입니다. 아무래도 남북관계 최전문가이시기 때문에 정말 질적 국면이 달라지고 있는 겁니까? 이게 거의 한 7년 동안 꽁꽁 얼어붙어있던 남북관계가 정말 변화하고 있는 겁니까?

◆ 정세현> 아직 예단할 수는 없고.

◇ 정관용> 그래요?

◆ 정세현> 아직은 예단하기 이르고 그 외교협상 관련해서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하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런 표현이 있죠.

◆ 정세현> 앞으로 어디서 어떤 그야말로 지뢰가 터질지 모릅니다. 합의문 속에도 지뢰 비슷한 것들이 많이 묻혀 있어요. 뭐가 안 되면 전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그런 조건에서 지금 돼 있습니다. 위에는 잘 덮어놓았지만.

◇ 정관용> 이미 남북이 서로 다른 얘기하지 않습니까?

◆ 정세현> 그렇죠. 다른 얘기 하는데 그건 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자기네들이 지뢰를 묻지 않았는데 우리가 지뢰를 묻은 것처럼, 북쪽 얘기입니다. 북쪽이 지뢰를 묻지 않았는데 남쪽에서 지뢰를 묻은 것처럼 전제하고 사과했다고 하는데 그건 아전인수고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하는 식으로 얘기를 하고.

◇ 정관용> 오늘 또 국방위원회가 그런 얘기를 했잖아요.

◆ 정세현> 그렇죠. 우리는 우리대로 분명히 유감표명이라는 것은 지뢰매설에 대한 유감표명이다 하는 식으로 우리 통일부 대변인이 설명을 하고 그랬죠. 그런데 이거는 사실 국내정치죠.

◇ 정관용> 양국의 국내정치?

◆ 정세현> 국내정치이고 소위 각자 내부적으로 지지층이라고 할까? 북한도 대남 강경파들이 있거든요.

◇ 정관용> 아니, 양국의 국내정치라는 것까지는 이해가 됩니다. 주목되는 것은 서로 포를 쏘는 그런 상황에도 북한이 청와대의 안보실장과의 회담을 하자는 식의 제안을 해 왔다는 것, 동시에. 포를 쏨과 거의 동시에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또 우리 정부도 거기에 전격적으로 응했다고 하는 점. 이런 점으로 봐서 과거 6, 7년 동안 끌어왔던 상황과는 좀 달리 상당히 적극적 대화 의지를 남북이 보여준 것 아니냐? 이렇게 해석이 가능한 것 아닙니까?

◆ 정세현> 그런데 누가 먼저 적극적 대화 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했느냐는 그걸 좀 살펴야 합니다. 저는 이번에는 북한이 상황을 주도했다고 봅니다. 물론 우리가 호응해 줬기 때문에 대화가 성사가 됐지만 사실 작년부터, 작년 신년사부터 북한에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된 여러 가지 메시지를 보냈거든요. 심지어 작년 10월 달에는 올 자리도 아닌데 황병서 총정치국장 대남비서.

◇ 정관용> 아시안게임이죠.

◆ 정세현> 아시안게임 때 와서. 최용해는 올 자리입니다. 그런 스폰서까지 관장하는, 청소년까지 다 관장하는 비서기 때문에 올 자리이지만 그 두 사람은 올 자리가 아닌데 왔어요. 와가지고 대통로를 열자는 얘기를 했죠. 지금 자기네 오솔길로 왔지만 대통로를 열자. 그건, 대통로는 정상회담을 얘기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금년 신년사에서 정상회담을 못 할 이유도 없다는 식으로까지 저쪽에 메시지를 보냈건만 우리가 계속 거기에 대해서 진정성이 있다느니 없다느니 원칙에 어긋나느니 하면서 호응을 안 하지 않았어요?

◇ 정관용> 중간에 또 삐라가 있었죠.

◆ 정세현> 물론 삐라 문제는 지금 근본적인 문제가 돼 버렸지만. 그런 식으로 해도 대꾸가 없으니까 북한으로서는 특유의 회담주도 전술이라는 게 있죠. 그러니까 미국과의 협상, 핵 문제도 미국과의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어서 미국과 일대일로 빅딜을 하려고 하는 목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겁니다, 93년에. 그런 식으로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키면 상대방이 상황관리 차원에서 회담에 나올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

◇ 정관용> 그게 벼랑끝 전술이죠.

◆ 정세현> 또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이번에도 북한이 그렇게 강하게 긴장을 조성하는 것을 보고 제가 다른 어떤 언론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그랬어요. 이건 북한의 이런 긴장 조성 행위는 그동안에 작년 초부터 쭉 얘기를 했건만 이쪽에서 반응이 없으니까 이제는 거꾸로 긴장 조성을 하면 저희들이 저들이 안 나오고 배길 수 있겠나. 일종의 돌려차기다. 회담을 주도하기 위한. 그래서 긴장을 잔뜩 조성해놓고 이쪽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고 결국 강대강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도를 짜놓고 그러고 탁 동시에 회담 제의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거기에 우리가 결국은, 기선은 저쪽에서 장악을 했고. 우리가 거기에 호응함으로써 회담이 성사가 됐고 결국 43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8.25 합의문이 나왔지만 그것도 사실은 그건 8.25 합의문은 우리가 어떤 점에서는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보죠.

◇ 정관용> 그런데 그 합의문의 내용이 당국자 회담을 다차원적으로 계속 하기로, 이어가기로 해 놓고 상당히 폭넓고 광범위하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는 질적 전환이 생기고 있다라고 봐도 되는 것 아닐까요?

◆ 정세현> 그래서 그 조건이 충족되어야죠. 그러려면 그동안에 당국간 회담이 여러 번 약속이 됐다가 성사가 되지 못한 것이 전단 문제입니다. 아까 말씀하신.

◇ 정관용> 삐라 문제.

◆ 정세현> 작년 10월에 와서 전단 문제를 그야말로 상당히 강하게 요구를 하고 갔건만 이쪽에서 표현의 자유니 이런 논리로 해결을 안 해주니까 날짜까지 잡혔던 2차 고위급 접촉이 무산되지 않았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이번에도 틀림없이 내막적으로는 그 얘기를 강하게 했으리라고 봅니다. 바로 그 얘기를 했던 사람들입니다. 지금 황병서, 김양건. 그래서 1번 조항에 당국간 회담을 하기로 하고 다방면적인 협상을 하기로 했다는 합의문의 밑에는 뒤집으면 전단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일정한 수준의 협조를 한다는 전제 하에 그게 도달할 수 있지, 그것도 없이 북한이 그런 문구에 합의를 해 줬으리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 정관용> 우리 정부도 사실 그런데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서 경찰이 와서 막고 하는 식으로 태도가 좀 변화했지 않습니까?

◆ 정세현> 조금씩. 그러다 보니까 그전에는 예고하고 했는데 이번에는 돌출적으로 하죠.

◇ 정관용> 해버렸었죠.

◆ 정세현> 장소를 바꿔서 돌출적으로 하고 그러는데 그것도 1번, 모처럼 합의가 된.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최초의 남북 간 합의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정세현> 의미 있는 남북 간 합의. 그리고 아주 거의 최고위급 회담에서 합의가 된 것이기 때문에 장관급 회담에서 한 것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는 공동보도문인데. 그걸 만들어놓고 바로 그 전단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지금까지와 같이 뜨뜻미지근하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식으로 하다 보면 1번 조항은 그냥 없었던 걸로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건 정부가 계산이 있고 계획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지금까지 해 온 행동으로 봐서는 대북 전단을 일단 정부가 계속 막을 걸로 보이지 않습니까?

◆ 정세현> 그리고요,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막아집니다. 물론 그 돈은 미국에서 대요.

◇ 정관용> 모금해서.

◆ 정세현> 미국이 아니라, 그것도 정부에서도 지원을 합니다. 법으로 통과가 됐기 때문에. 그러니까 시민 모금으로 되건 의회에서 통과된 무슨 법에 의해서 지원을 하는 거니까. 뭐가 됐건 정부가 몇 개 단체 대표들을 불러서 자제를 요청하면 얼마든지 그 사람들이.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 대북 전단 관리 등등만 충족이 되면 북한은 이미 작년부터 적극적 대화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이제는 물꼬가 점점 터져나갈 것이다. 이렇게 낙관해도 됩니까?

◆ 정세현> 그렇죠. 그러니까 의지 자체는 그 합의문에 이를 때의 쌍방 최고 당국자들의 의지가 담긴 말들이 요즘 나오고 있어요. 김정은 위원장이 28일날 아주 운명적 시각의 상황을 바꿔놓은 합의문은 소중하기 때문에 앞으로 풍성한 결과로 갖고 나와야 한다, 이런 식의 표현을 썼죠. 우리 대통령도 9월 1일인가? 어렵게 좌우간 타결된 이번 합의문을 잘 지켜나가서 평화통일의 길로 나가야 된다고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죠. 그러니까 그냥 이번 8.25 합의를 잘 이행해서 피차의 상황을 잘 관리해나가자 하는 정도로 얘기해도 되지만 그 운명적 시각이라는 표현.

◇ 정관용> 의미 부여.

◆ 정세현> 의미 부여. ‘어렵게 타결된’ 이런 표현을 쓴 걸 보면 그렇게 했기 때문에 이게 소중하다. 따라서 우리는 상대방이 특별한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잘 지켜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그런 메시지로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큰 변수가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 미사일 위성 쏘느냐 마느냐 이것 아닙니까?

◆ 정세현> 글쎄요. 그게 문제예요. 그게 문제입니다. 사실은 8.25 합의가 잘 이행되고 그러더라도 10월 10일 전에 그야말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한답시고 그 사람들 문자로 축포를 쏘아올린다고 그래서. 위성을 쏘아 올리면 그게 장거리 로켓이거든요? 장거리 미사일이거든요, 바로.

◇ 정관용> 그런데 이렇게까지 왔는데 쏠까요?

◆ 정세현> 글쎄요. 그게 문제죠. 그게 문제인데.

◇ 정관용> 정 장관님은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그 대목에서 중국의 역할이 좀 필요할 수 있죠.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죠. 그러니까 그걸 쏘는 경우에 반드시 그건 유엔 대북제재 결의는 다시 또 강화됩니다. 지금 2094가 살아 있는데 그게 더 강화되는데 그렇게 될 경우에 북한 경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그런 걸 가지고 중국이 북한을 좀 설득하고 압박을 해서 자제하도록 해야 되는데.

◇ 정관용> 이번에 한중에 그런 얘기도 나왔겠죠?

◆ 정세현> 그런데 그것도 중국이 여러 가지 계산을 해서 움직이겠죠. 우리가 요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해 주진 않을 거고 또 미중 간에도 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 정관용> 알겠습니다. 축포를 좀 다른 방식으로 쏴 주기를. 중국이 또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도움 말씀 듣겠습니다. 장관님 고맙습니다.

◆ 정세현> 네.

◇ 정관용>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함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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