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인욱의 공이 좋았다. 결국 류중일 감독은 좌타자인 박민우와 김준완도 정인욱에게 맡겼다. 결과는 좌익수 플라이와 삼진. 정인욱의 데뷔 첫 세이브였다.
류중일 감독은 2일 창원에서 열리는 NC전을 앞두고 "첫 타자를 내보내면 줄줄이 왼손 타자라 박근홍을 준비시켰다"면서 "슬라이더가 잘 먹히더라. 만약 다음 타자를 내보냈어도 바꾸려 했는데 잘 던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인욱은 "그런 경험이 재미있었다"면서 "긴장을 조금 했다. 원래 한 명만 상대하고 교체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더 세게 던졌다"고 웃었다.
사실 1위 다툼의 승부처였던 경기였다. 지면 0.5경기 차까지 좁혀지는 상황. 그것도 연장전 등판이었다. 특히나 정인욱에게는 연장전에 대한 악몽이 있다. 바로 신인이었던 2010년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8-6으로 앞선 연장 11회말 마운드에 올라가 3실점하며 역전패를 당한 기억이다.
당시 이야기를 꺼내자 정인욱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어제도 던지다가 그 날 생각이 났다"면서 "그 때 2점 차 연장에서 무너진 경험이 한 번 있어서 어제 잘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단 정인욱은 롱릴리프로 대기할 예정이다. 지난해 차우찬이 맡았던 역할이다. 선발이 일찍 무너질 경우 1+1 선발로도 나선다.
류중일 감독은 "상황이 되면 나간다. 길게 가는 중간 투수다. 선발이 빨리 무너지면 정인욱 밖에 쓸 투수가 없다. 길게 갈 수 있는 투수가 없다"면서 "지난해 차우찬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1군에 자리를 잡는 게 정인욱의 목표다. 지난해 13경기, 올해 7경기 등판이 전부이기 때문. 물론 선발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는 않았다.
정인욱은 "아무 데나 쓰셔도 된다. 기회만 주시면 던지겠다. 제대하기 전에 아파서 많이 못 던졌는데 그것 때문에 못 했다는 건 핑계"라면서 "선발 욕심은 있다. 하지만 잘 해야 선발로 간다. 못 하면서 욕심내면 안 된다. 포스트시즌까지도 안 본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 써주실 것이다.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