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일 밝힌 내용이다. 그러면서 "편향된 역사관에 따른 교육으로 혼란을 겪지 않도록,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하고 중립적인 시각을 갖춘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가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당 대표로서 국회의원들은 물론 TV로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을 상대로 한 이같은 발언은 이전과 무게감이 다르다.
김 대표의 발언은 현재 우리의 역사관을 '자학의 역사관', '부정의 역사관'으로 규정하고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역사관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김 대표가 지칭한 자학과 부정의 역사관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전희 전 대통령이 각각 건국 대통령, 산업화 대통령으로 공적이 큼에도 불구하고 대신 친일청산에 부정적인 대통령, 민주화 세력을 탄압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는 부분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두 전직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제대로된 역사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동시에, 두 전직 대통령에 맞서 친일청산과 민주화에 힘쓴 인사들의 경우 과대포장돼 국민적 추앙을 받아왔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특정 사건과 인물에 대한 과대포장은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고 밝힌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굳이 김 대표 부친과 관련된 친일행적 논란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김 대표의 이같은 역사인식이야 말로 자신이 비판하고 있는 이념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역사관이라는 점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좌파와의 역사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자주했고 이는 다분히 역사교육을 좌우 이념전쟁의 장으로 취급하는 발언이다.
동시에 지난 2007년 국정 역사교과서가 폐지된 이후 현재의 역사교과서로 역사 교육을 받은 청년층이 여당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 교육을 선거나 표로 연결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인인 김 대표가 다가올 총선과 대선이 걱정된다면 청년층에게 지지를 받는 정책으로 승부해야 하면 될 일이지 '역사 전쟁' 운운하며 역사 교육을 선거와 연계시키려 해서는 안된다.
여기다 유신시절인 지난 1974년 시작됐다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지난 2007년 폐지된 역사 국정교과서를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김 대표 등 우파진영이 현재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좌편향적이지 않은 교과서를 만들어 교육부의 검정을 받고, 또 교육계의 선택을 받으면 될 일이다.
다만, 지난 2013년 발행된 뉴라이트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가 온갖 오류와 왜곡으로 교육계에서 외면받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함께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은 김 대표의 역사관이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관과 그 맥이 닿아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아직 한·일 정상회담조차 열리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일본이 과거 역사를 부정하고 이를 미화하려는 극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대표의 발언 역시 그 내용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인식의 틀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의 발언은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는 똑같은 아픔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부정하겠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역사 교육에 대한 김 대표의 발언은 정말 일본 극우파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오는 2018년부터 사용할 교과서의 지침, 즉 '개정 교육과정'을 이번달쯤 고시할 예정이며 현행 법체계상 국정교과서 추진은 별도의 법령 조항이 없어 시행규칙 등 행정명령 만으로 실행이 가능하다.
김 대표가 주장하는 역사 국정교과서가 '도입 추진'이 '도입'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편, 서울대 역사 관련 5개학과 교수 34명은 이날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역사 국정교과서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역사 교과서 서술을 정부가 독점하는 정책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통해 오랜 고난 끝에 이룩한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며 "똑같은 역사 교재로 전국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역사적 상상력과 문화 창조 역량을 크게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는 물론 경제 발전에도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전국 중.고교 역사 교사와 초등학교 교사들도 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및 역사과 교육과정 개악에 반대하는 현장 역사교사 2255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우리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함을 분명하게 밝혀 둔다"며 "현장 교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결정한다면 즉각 국정 교과서 폐지 운동을 벌임과 아울러 대안적 역사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