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우는 영화 속 캐릭터의 분량보다 비중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아는 듯, 각각 '암살'에서 약산 김원봉 역을, '사도'에서 정조 역을 맡아 극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먼저 소지섭은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송강호)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유아인)의 이야기를 그린 이준익 감독의 신작 사도에서 정조로 특별출연했다.
소지섭은 세손 시절 아버지의 비극적 죽음을 목격한 슬픔과 고뇌를 지닌 정조 역을 연기해 극중 할아버지 영조와 아버지 사도 그리고 정조까지 3대에 걸친 비극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오는 16일 개봉에 앞서 공개된 사도의 스틸에서 소지섭은 푸른색 용포를 입은 채 눈물을 흘리며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거행된 정조의 즉위식 장면이다.
소지섭은 "분량에 상관 없이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가 좋아서 출연을 결정했는데,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며 "정말 즐거운 촬영이었고 기회가 된다면 다음 작품을 통해 이준익 감독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이준익 감독은 "그간 역사 속 비운의 인물로 그려진 사도세자를 아버지 영조와 아들 정조에 이르는 조선왕조 3대에 걸친 인과관계를 통해 재조명하고 싶었다"며 "정조가 등장하는 장면은 단 세 신에 불과하지만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소지섭을 캐스팅하기 위해 그야말로 삼고초려 했는데, 그가 고민 끝에 노 개런티로 출연할 의사를 전했다"며 "소지섭은 역할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한 것은 물론, 촬영 현장에서도 단 1초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첫 천만영화로 이름을 올린 암살에서 김원봉을 연기한 조승우는, 극 말미 "너무 많이 죽었어요…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겠죠…"라고 읊조린다.
모두가 해방의 기쁨을 만끽할 때 작은 잔에 담긴 술에 하나 하나 불을 붙이는 김원봉의 모습은 긴 여운을 남긴다.
조승우는 최동훈 감독의 전작 '타짜'를 통해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김원봉 역을 맡았다.
그는 적은 분량에도 상하이 로케이션 촬영까지 동행하면서 암살작전을 계획하고, 해방 이후 이름 없는 독립군들을 추모하는 모습으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조승우는 "약산 김원봉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관심과 함께, 김원봉의 작전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 암살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며 "실존인물을 연기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최동훈 감독 특유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모여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이야기에 반해 암살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최동훈 감독은 "실제로 약산 김원봉 선생은 잘생기고 강단이 있는 사람이었다"며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어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길 바랐고, 조승우만이 그를 연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