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역대 KBO 리그 최고를 꼽으라면 누구의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아마 이견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해태 시절 선동열의 전성기를 봤던 사람들은 대부분 선동열을 최고의 투수로 꼽지 않을까요? 일본으로 떠나기 전 11시즌 36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0이라는 다시 보기 힘든 수치를 기록했으니 말입니다.
갑자기 선동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25년 전 오늘. 그러니까 1990년 9월2일 선동열이 프로 통산 100승을 달성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선동열은 1990년 9월2일 OB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7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1985년 7월2일 삼성과 데뷔전에서 첫 승을 신고한 뒤 정확히 5년2개월, 192경기 만에 100승 고지를 밟았습니다.
물론 선동열이 최초의 100승 투수는 아닙니다.
선동열에 앞서 김시진이 1987년 10월3일, 최동원이 1990년 7월12일에 먼저 100승을 달성했습니다. 그럼에도 선동열의 100승을 언급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압도적이었기 때문입니다.
100승까지 192경기에 등판한 선동열의 성적은 100승25패. 승률이 무려 8할이었습니다. 김시진의 7할1푼4리, 최동원의 5할8푼1리보다 훨씬 높습니다.
무엇보다 100승 가운데 완봉이 23차례, 완투가 14차례 있었습니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2000년대 최고 투수인 류현진(LA 다저스)이 7시즌 동안 8차례 완봉승을 거뒀으니 얼마나 대단한지 아시겠죠. 선동열이 1986년에만 거둔 완봉승이 8승이기도 합니다. 1989년에는 삼성을 상대로 노히트노런도 기록했고, 1986년(0.99)과 1987년(0.89)에는 2년 연속 0점대 평균자책점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선동열 등판은 곧 해태의 승리 공식이었습니다.
물론 100승이 모두 선발승은 아닙니다. 당시에는 선발 투수들의 구원 등판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죠. 덕분에 6시즌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100승 고지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선동열은 7이닝 투구로 100승을 달성한 지 사흘 만에 삼성전에서 구원 등판해 101승째를 챙겼습니다.
선동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매년 30경기 이상 등판했습니다. 선발로 승리를 챙기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다시 불펜으로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더 대단한 선동열의 100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