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발표한 리얼미터 조사 결과 김무성 대표의 지지율은 24.7%로 2위를 기록한 박원순 서울시장(15.9%), 3위의 문재인(13.5%), 안철수(7.7%) 의원에 비해 크게 앞서 있다.
김 대표가 지난 7월 초 박원순 시장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20% 지지율을 탈환한 이후 줄곧 21~22%를 유지하다가 이번에 9%p가까이 추월했다. 문재인 대표와는 10%p 이상의 차이를 벌렸다.
김 대표가 차기 지도자로서의 지지율 20%를 넘긴 것은 서너 차례 있었으나 25%에 접근한 것은 드문 일이다.
청와대가 지난해 말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서 허덕일 때도 김 대표의 지지율은 20% 밑으로 빠지지 않아 탈 동조화 현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연동돼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김 대표 측도 이를 일부 인정한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정책과 국정운영 등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는 등의 '고개를 들 때마다' 김 대표의 지지율이 빠졌다는 게 김 대표 측의 설명이다.
반면에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고 청와대를 위해 총대를 메는 모습을 보일 때는 지지율이 소폭이나마 상승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김 대표를 때론 지지했다가 때론 이탈하곤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 측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차별화 움직임을 압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무대(김무성 대표)의 행보를 보고 찬반 의사를 표시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 대통령과 김 대표 지지율 조사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 만큼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작금에 이르러 박 대통령의 지지세가 살아나고 그동안 상당히 비판적이었던 4~50대들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가 높아지면서 김 대표의 '낮은 포복'이 자심해지는 모양새다.
"여당은 대통령과 한 몸이다"라거나, "대통령의 4대 개혁을 당이 앞장서 추진하자" 등도 대통령에 대한 당 대표로서의 예의를 넘어 대통령과 부딪쳐선 국가의 미래도, 여당의 미래도, 자신의 정치적 미래도 어둡다는 인식의 발로다.
김무성 대표는 '왜 청와대와 대통령의 눈치를 그렇게 살피느냐', '당 대표 출마 연설을 할 땐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당 대표가 되겠다고 공언했는데 잊은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지난 1997년 여당 대표이자 대선 후보인 이회창씨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붙는 바람에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지 않느냐"면서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대통령께 저항하라는 질문을 하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과 맞장을 뜰 만큼 심지가 강한 사람이 아닌데다 권력의 생리를 너무 잘 알아 2인자 처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박 대통령의 절대적인 지지층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는 의도를 내심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본인은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하지만 속내는 그런 것 같다. 영남과 보수층을 기반으로 한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 30%를 흡수하지 않고서는 여당대선 후보의 꿈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유념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래서 김 대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밑에서 철저한 2인자 행세를 하며 후일을 도모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가까운 정치적 처신을 하고 있고 내년 총선 직후까지는 그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그의 심중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약간의 두려움도 상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때론 박 대통령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정치인이다. 김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사석에서 박 대통령에게 듣기 거북스런 발언을 던진 것도, 알고 보면 박근혜 의원(당시)이 자신의 충정을 알아주지 않은데 대한 서운함을 역설적으로 내보인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 원내대표 파동 이후 박 대통령으로부터 "우리 김무성 대표님"이라는 말을 듣고 매우 흡족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김 대표의 7.14전당대회를 도왔던 전현직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할 말은 하는 대표가 돼야 한다'는 건의를 김 대표에게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마다 김 대표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싸우는 모습은 국정에도, 국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나에게 맡겨두라"고 다독거렸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당 대표 공약인 "청와대에 할 말을 하는 당 대표"가 아니라 "청와대에 할 말을 하지 못하는 당 대표" 쪽을 선택했고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아주 커 보인다.
그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처럼 독자적인 지지율 30%를 확보하지 못한데 대한 '한계'를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