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특수절도 및 사기 등의 혐의로 정모(52) 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8월 25일 보이스피싱 총책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 A(69, 여)씨의 집에 들어가 7000여만원을 훔치고, 범인을 잡는 데 필요하다며 4000여만원을 추가로 받아내는 등 총 1억 1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에 있는 조직 총책의 지시를 받고 영등포구 당산동의 A씨 자택과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대기했다.
이미 A씨는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현금을 찾아 집안 냉장고에 보관하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으름장에 넘어간 뒤였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을 사칭한 일당의 "담당 형사를 만나라"는 말을 듣고 경찰서를 찾아 나선 A씨에게, 보이스피싱 조직은 다시 전화를 걸어 "범인이 돈을 훔치러 집안에 들어갔으니 검거할 수 있도록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속이고 비어있는 A씨의 집에서 돈을 훔쳐냈다.
이후 정씨 등은 경찰서 앞에서 A씨를 만나 "범인을 놓쳤지만 4000만원을 준비하면 위치추적칩을 삽입해 체포하겠다"고 속여 추가로 돈을 가로챘다.
이처럼 대담한 정씨 일당의 범행은 이틀 뒤 반복됐다.
이번에는 은행직원인 척 B(75·여)씨를 속여 집 전화기 옆 가방에 현금 2200여만원을 보관하도록 유인했다.
이들은 "경찰서에 범인이 잡혀 있으니 가보라"고 B씨를 속이고 집을 비우게 한 뒤 돈을 가로채려 했다.
하지만 경찰서 정문에 서서 불안해하는 B씨를 수상히 여긴 한 강력팀 형사의 기지로 이들의 범행은 들통났다.
앞서 A씨의 신고를 받고 수사 중이던 경찰은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보고, 곧장 B씨의 집으로 출동해 도망가던 정씨 일당을 붙잡았다.
중국 고향 친구 사이인 이들 일당은 인터넷을 통해 중국 보이스피싱 모집책이 된 뒤 휴대전화로 지시를 받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