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는 선거개혁을 이끌겠다는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활동기간이 종료되도록 선거구 획정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등 지난 5개월여동안 허송세월을 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19일 열린 정개특위 첫 전체회의에서 이병석 위원장은 "정치 발전에 대한 국민적 욕구를 폭넓게 수렴하는 절차를 통해서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거 및 정치제도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각오"라며 포부를 밝혔다.
여당 간사를 맡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 역시 "이번 정개특위가 우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성숙·발전시킬 수 있도록 여야 특위 위원님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신중하게 숙고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야당 간사가 된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도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5개월여가 지나 공식 활동기간이 종료된 현재 정개특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의 이같은 다짐은 말그대로 공약(空約)이 됐다.
정개특위는 지난 5개월여 동안 공청회를 포함해 12차례의 전체회의를 열었고 여기서 결정된 것은 선거구 획정을 위해 중안선관위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 설치 정도에 불과하다.
정개특위는 특히, 지난해 10월 현행 선거구 인구편차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반드시 개편해야 하는 선거구 획정 기준 조차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이에따라 정개특위의 선거구 획정 기준을 받아 선거구 획정에 나서야 하는 선거구획정위원회까지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뿐만 아니라 여론에 떠밀려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한다는데만 여야가 잠정적으로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지역구와 비례대표 수, 권역별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논의에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한 상태다.
결국 총선이 불과 7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정개특위가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 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주요 사안에 대해 전혀 결론을 내지 못한 것.
따라서 내년 20대 총선도 이전 총선과 마찬가지로 선거제도 개혁은 고사하고 막판에 지역구 몇개를 조정하는 선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끝낼 것이라는 회의론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결국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군소정당과 정치신인들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두 거대 정당에게 유리하게 짜여진 선거제도 하에서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정당들은 국민들로부터 받는 지지에 비해 적은 의석수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의당은 의석수 확대를 통한 권역별비례대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여야는 의석수를 300석으로 고정한채 권역별비례대표 도입에 대해서는 서로 딴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신인들 역시 선거제도 개혁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게임의 룰이 정해지지 않다보니 정치신인들의 손발은 꽁꽁 묶여 있고 대신 다양한 의정활동으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현역의원들만 이익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정개특위는 8월 31일부로 공식 활동기간이 종료됐지만 국회법 44조 3항에 명시된 예외규정에 따라 법사위에 회부된 법률안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활동기한이 연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