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궤도, 국산화라면 심사도 면제? '안전성 논란'

철도공단, KR형 레일체결장치 성능 논란에도 도입 강행 '시끌'

위 사진은 해당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원주~강릉 고속철도 구간에 국산 기술로 만든 레일체결장치만 납품받기로 하면서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레일체결장치 국산화에 급급하면서 정작 중요한 안전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 국산 기술이라면 핵심 테스트 안 거쳐도 OK?

레일체결장치는 레일과 침목을 고정해 열차하중으로부터 궤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들의 조합체로, 철도 궤도의 핵심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달 19일 원주∼강릉 철도 침목 및 레일체결장치 2차 제조 구매 입찰 공고를 냈다.

그런데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입찰공개서에 따르면, 철도공단은 반드시 국산 기술이 적용된 KR형 레일체결장치로 한정했다.

입찰을 기다리고 있던 납품 희망업체들은 KR형 장치 제작에 난색을 표했다.


철도공단이 진행한 KR형 장치의 성능 검증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

실제로 KR형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300m 직선주행 성능시험만 거쳤을 뿐, 곡선주행은 실내 시험으로 갈음했다.

곡선주행 시험의 필요성은 앞서 4월과 6월 철도공사가 진행한 'KR형 레일체결장치 실용화를 위한 협력업체 간담회'에서도 제기됐지만, 철도공사는 이를 묵과했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KR형 레일체결장치는 곡선주로에서 발생하는 횡압에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곡선 주행 테스트는 하지 않았다"라며 "실내 시험은 당연한 것이고 승객 안전을 위해 실제 운행 테스트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생산·공급실적, 품질보증서 제출도 면제

철도시설공단이 장치의 국산화를 강제하면서 적격심사가 요식행위로 전락한 것도 문제다.

과거에는 레일체결장치의 품질과 납품업체의 사후관리 능력 등을 검증하기 위해 납품업체의 생산 및 공급 실적, 품질 보증서 등으로 적격성을 심사했지만, 이번에는 시험성적서만 제출하도록 했다.

원주~강릉 구간 레일체결장치를 KR형으로 한정하면서 사실상 납품업체 적격심사가 사라진 셈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철로 시공 과정의 기준이 '무엇이 가장 안전한가'가 아니라 '무엇이 국산 기술인가'가 돼버린 상황.

철도공단 측은 KR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해외 공급사들이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국산화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철도공단 하복수 궤도사업처장은 "수입업자들 가운데 KR형의 상용화를 음해하는 세력이 있다"면서 "지금껏 레일체결장치를 전량 수입해 사용하면서 해외 공급사 간 과당 경쟁으로 많은 폐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국산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R형 레일체결장치는 2013년 3월 철도공단이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공동 기술개발 협약을 체결,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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