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 "돼지 같은 여자? 엄마는 쥐 같다고…"

5년 만에 스크린 복귀…"가족 위해 희생하는 생활력 강한 캐릭터"

31일 오후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 '돼지 같은 여자'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황정음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배우 황정음이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2010)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다음달 10일 개봉하는 영화 '돼지 같은 여자'(감독 장문일, 제작 ㈜아이필름코퍼레이션)를 통해서다.

돼지 같은 여자는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 버린 한 어촌 마을을 지키는 처녀인 재화(황정음), 유자(최여진), 미자(박진주)가 마을에 유일하게 남은 총각 준섭(이종혁)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유쾌하면서도 처절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황정음이 맡은, 극을 이끌어가는 재화 캐릭터는 사랑도 가족도 모두 놓치지 않으려는 생활력 강한 여성이다. 그동안 주로 맡아 온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넘어 굳센 남도 여성으로 분한 황정음의 변신이 눈길을 끈다.

31일 서울 충무로에 있는 대한극장에서는 이 영화의 언론시사회 뒤 연출을 맡은 장문일 감독과 배우 황정음 최여진 박진주, 그리고 이종혁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 간담회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황정음은 "재화 캐릭터는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돼지랑 비슷한데,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고 생활력 강하다는 점에서 그렇다"며 "실제로는 엄마가 저를 두고 쥐 같다고 하신다. 집에 들어갈 때 먹을 걸 갖고 들어가는 등 빈손으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이 너무 좋아서 선택한 영화다. 돼지는 좋은 의미를 많이 갖고 있지 않나. 평소 동물을 좋아하는데, 촬영하면서 돼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며 "재화 캐릭터는 메이크업 시간도 줄이고 세상에서 가장 편하게 연기했는데, 시골에서 촬영하면서 많이 먹어 통통하게 살이 올라 놀림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황정음은 "영화가 개봉하게 돼 너무 기쁘다. 오늘 아침에 좋은 꿈도 꾸고 처음 영화를 보면서 느낌도 좋았다"며 "돼지 같은 여자가 잘 돼 영화 쪽에서 더 많이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 돼지 같은 여자는 다음달 7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제39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의 비경쟁 신작 부문에 초청됐다. 장문일 감독은 전작 '행복한 장의사'(1999), '바람 피기 좋은 날'(2007)에 이어 세 번째로 몬트리올국제영화제를 방문하게 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장 감독은 "이 영화 속 캐릭터는 제가 남도에서 자라면서 겪은 인물들을 바탕에 뒀다는 점에서 이웃 같고 작은 엄마 같고 삼촌 같은데, 사실적이면서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며 "이번 영화 역시 '사람으로 하여금 살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뭘까'라는 질문을 갖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맥이 같다고 본다. 파도, 갈대, 바람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생명력이 인간에게도 있다. 그것이 미래의 힘이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후반작업을 거쳐 개봉하기까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한국영화의 배급 등 산업 구조가 낙관적이지 않다. 최근 천만영화가 두 편 나오고 굉장히 많은 영화가 제작되고 있지만, 작은 영화가 설자리를 계속 잃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 해에 극소수의 영화가 흥행하면서 한국영화 산업은 피폐해지고 있다. 이 또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극복해 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